
자동차를 구매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는 디자인이나 성능뿐 아니라 ‘감가상각률’,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가치가 떨어지는지도 고려한다. 하지만 어떤 차들은 ‘사는 순간 적자’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급락한다.
그중에서도 재규어 I-페이스(Jaguar I-PACE)는 감가 방어율이 가장 처참한 모델로 꼽혔다.

5년 만에 72% 가치 하락
최근 해외 중고차 시장 조사에 따르면, 재규어 I-페이스의 5년 평균 감가상각률은 무려 72.2%에 달한다. 이는 신차 가격(MSRP) 기준 약 51,953달러(한화 약 7,000만 원)이 사라진 셈으로, 전기차 시장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가치 하락폭이다.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불과 몇 년 만에 차량 가치가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테슬라 잡겠다던 야심작의 몰락
I-페이스는 2018년, 전통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가 테슬라를 정조준하며 내놓은 첫 순수 전기 SUV였다. 당시만 해도 ‘유럽 최초의 프리미엄 전기차’로 주목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독특한 쿠페형 디자인은 호불호가 뚜렷했고, 브랜드의 소극적인 마케팅과 한정된 생산량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이후 등장한 테슬라 모델 Y,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의 신형 모델들이 기술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I-페이스는 경쟁에서 밀려났다.

기술 진보에 뒤처진 스펙
초기 I-페이스는 90kWh 배터리, 470km 주행거리(WLTP 기준)로 당시엔 인상적인 성능을 자랑했지만, 이후 경쟁 전기차들이 500~600km 이상의 효율과 고속 충전 기능을 앞세우면서 ‘낡은 모델’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또한 OTA(무선 업데이트) 기능 부재, 느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한적인 충전 인프라 호환성 등은 소비자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이런 이유로 신차 수요가 급감했고, 결국 중고차 시장에서도 매물이 넘쳐나며 가격이 폭락했다.

남은 가치는 ‘플릿(상업용 차량)’에서만
현재 I-페이스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인기가 사라졌지만, 웨이모(Waymo) 등 일부 기업이 자율주행 택시로 활용하면서 일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상업용 중심의 한정된 시장으로, 차량의 중고 가치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비자 교훈 “브랜드보다 유지 가치가 더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모델의 실패를 넘어, 전기차 시장의 현실적인 리스크를 보여준다.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OTA 업데이트로 차량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시대에 ‘초기형 전기차’는 그만큼 빠르게 구형이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차량 구매 시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보다 감가 방어율, 배터리 보증, OTA 지원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결국 재규어 I-페이스는 전기차 전환의 초기 주자였지만,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대체 불가능한 교훈’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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