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대박, 국내는 눈물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금 유럽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수출량은 3만912대로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5626대)의 5배가 넘는다. 합리적인 가격, 370km의 주행거리, 유럽 보조금 정책까지 맞물리며 현지에서는 “전기차 보급형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표정은 다르다. 차량을 받은 지 반년도 안 돼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서비스센터 예약조차 힘들어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실험대냐”는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핵심 부품 결함
문제가 된 부품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차량의 핵심 부품이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8월 사이 생산된 약 1만3000대에서 ICCU(통합충전제어장치) 고장이 발견됐다. 완속 충전이 되지 않아 장거리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쿨런트 허브 드라이브 모듈 불량으로 냉각장치 오류가 발생한 차량도 1만2000여 대에 이른다. 핵심 부품의 연쇄 결함은 “새 차를 샀는데, 몇 달 새 여러 번 서비스센터를 드나들었다”는 차주들의 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수리를 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고장이 반복되는 사례도 있었다.

서비스센터 대기 지옥
차주들을 더 답답하게 하는 건 서비스센터의 현실이다. 현대차는 “안전 운행에 직접적 위협은 없다”며 리콜 대신 무상수리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정작 서비스센터 예약은 수주일, 심지어 수개월 뒤로 밀려 있다.
부품 수급까지 지연되면서 차를 맡긴 채 몇 주 동안 대차 차량도 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흔하다. 생계용으로 차량을 쓰는 소비자는 운행 불능으로 일상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다”는 불만은 결국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내수 홀대 논란, 소비자는 실험대?
캐스퍼 일렉트릭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생산 물량의 90%가 유럽과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된다. 초기 물량 대부분을 해외에 투입하다 보니 내수 시장에서 품질 안정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차 전문가는 “첫 전기차 양산인 GGM의 리스크를 국내 소비자가 감당하는 구조”라며 “내수 고객이 사실상 시험용이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도 “현대차는 해외 판매 실적에만 신경 쓰고 국내 고객은 뒷전”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경쟁 모델과의 격차
아이러니하게도 캐스퍼 일렉트릭은 출시 당시 ‘국민 전기차’로 불릴 만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AS 지연은 매력을 반감시켰다. 반면 경쟁 모델인 기아 레이 EV는 안정적인 품질과 원활한 출고로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차라리 레이 EV가 낫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스퍼가 결함 해결 없이 ‘가성비’라는 이름만 붙잡고 있다면, 해외 흥행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조기 침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복잡하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 안정적인 품질, 빠른 서비스라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세 가지 모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고장, 예약 불가능한 서비스센터, 부품 지연 등으로 소비자 신뢰는 바닥에 가깝다.
“가성비 전기차”라는 타이틀이 “가성비였다”라는 비아냥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현대차의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내수 고객을 진정한 ‘고객’으로 대우할 때만 캐스퍼 일렉트릭은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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