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종말’ 사라진 한미 공동성명, 외교 기조 변화의 신호탄
올해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구가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표현은 지난 2022년 이후 매년 명시되어 왔으며,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 상징적 경고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핵화 의지’와 같은 원론적 언급만 남고,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문구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외교적 문장 조정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대북 억제 중심에서 대화 재개와 완화 기조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신호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정
정치권에서는 이번 문구 삭제가 이재명 정부의 남북 대화 구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오래 참았다”고 언급하며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심지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은 바 있다. 두 지도자의 정치적 목표가 일치하면서 강경 문구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

억제력 약화 우려… 핵심 경고의 실종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억제력의 후퇴’로 평가한다. “김정은의 종말”이라는 문구는 북한 지도부가 핵 사용을 결심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치명적 대가를 명시한 심리적 억제 장치였다.
그러나 이 표현이 사라지면 북한은 ‘핵 사용 후 생존 가능성’을 계산할 여지를 얻는다. 핵무기 억제의 핵심은 ‘확실한 보복의 확신’인데, 이 확신이 흐려지면 오판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의 정치적 타협을 약점으로 보고, 향후 더 대담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미군 ‘현 전력 유지’ 문구 삭제… 안보 불안의 그림자
공동성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의 삭제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유지되던 표현이 트럼프 1기(2020년)에 한 차례 빠졌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 때 복원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다시 삭제된 것이다.
대신 이번 성명에는 “대한민국 방어태세 유지를 위한 주한미군의 지속적 운용”이라는 문구가 포함될 예정이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병력 규모를 명시하지 않은 만큼 감축이나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주한미군은 역내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혀,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억제’에서 ‘대중(對中) 견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변화와 한국의 부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한반도 안보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미군 전력이 축소되거나 재배치된다면, 대북 억제 공백은 결국 한국군이 메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 전작권 전환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우리 군의 독자 대응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만큼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면, 한반도 방어보다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고려한 운용이 우선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국 방어력의 약화’라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에겐 ‘호재’, 한국엔 ‘시험대’
이번 공동성명은 표면적으로는 유연한 외교 노선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억제력의 공백을 드러낸 결과일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압박이 줄고, 대화의 문이 열린 상황을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독자적 억제력 강화와 동맹 조율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실질적 안보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며 “북한이 정치적 틈을 이용해 도발 수위를 높이기 전에 명확한 대응 메시지를 재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보의 정치화를 넘어서야 한다
결국 이번 공동성명은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김정은의 종말’과 ‘주한미군 유지’라는 두 핵심 문구의 삭제는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상징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실질적 억제력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의 유연성이 아니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억제 신호’다. 한미가 다시 안보 중심의 현실적 공조 체계를 확립하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곧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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