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전자전 포드 개발, 그라울러를 넘보다
한국이 EA-18G 그라울러보다 앞선 전자전 포드를 개발 중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솔직히 말해 나도 반신반의했다. 그라울러는 미국 해군의 핵심 전자전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서방 진영에서 따라잡은 나라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방위사업청과 한화시스템, 그리고 ADD(국방과학연구소)가 함께 진행 중인 ‘차세대 전자전 포드’ 개발 사업 내용을 보면, 이제 그 격차가 진짜로 좁혀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국형 전자전 포드의 목표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전자전 포드는 단순한 레이더 교란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F-15K나 KF-16에 장착할 수 있는 ‘외장형 전자전 장비’로, 적 레이더 탐지 신호를 분석해 교란, 기만, 위치 식별까지 수행하는 종합 전자전 시스템이다. 핵심은 ‘DRFM(Digital Radio Frequency Memory)’ 기술인데, 이건 적의 레이더 신호를 그대로 복제해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적의 탐지 시스템을 완전히 혼란에 빠뜨리는 기술이다.
미국이 이 기술을 동맹국에 절대 이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자전 기술은 단순히 “레이더를 막는다”가 아니라 “적의 눈을 가린다”는 개념이라, 한번 기술이 유출되면 그 효과가 전략적으로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DRFM을 자체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소형화, 다중 주파수 대응, AI 기반 신호 분석 같은 차세대 기술을 통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전파 분석 시스템은 단순 패턴 매칭이 아니라 ‘적의 전자전 반응’을 학습해서 대응하는 수준으로 진화 중이다. 이건 기존의 그라울러 포드보다 한 단계 높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EA-18G 그라울러와의 비교
그라울러는 ALQ-99 전자전 포드를 장착해 적 레이더망을 무력화한다. 하지만 이 포드는 냉전 시절부터 개량을 거듭한 구형 시스템이다. 최신형 ALQ-249(NGJ, Next Generation Jammer)가 개발 중이긴 하지만 아직 완전한 실전 배치는 안 됐다.
반면 한국이 개발하는 전자전 포드는 시작부터 NGJ급 성능을 목표로 설계됐다. 미국의 기술 이전 없이 전력화한다는 점에서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한화시스템과 ADD가 국내 전자전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온 덕분에 가능성이 보인다.
특히 최근 ADD가 공개한 ‘전자전 환경 대응 시험 영상’을 보면, 국내 전자전 포드가 실제로 다중 주파수 대역에서 복수의 적 신호를 동시에 대응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기존 그라울러 ALQ-99보다 확실히 발전된 형태다.
그라울러가 강점을 가지는 부분은 ‘플랫폼 전체 통합성’이다. 즉, 전자전 포드 + 센서 + 네트워크 + 무장 운용이 완벽하게 통합돼 있어서 전자전뿐 아니라 공격 지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포드 개발을 통해 KF-21, F-15K, FA-50 전자전형까지 확장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포드가 중심이 되어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인 셈이다.

미국이 막았던 기술, 한국이 직접 뚫다
사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전 기술에 대한 미국의 벽에 여러 번 부딪혔다. F-15K 도입 당시에도 전자전 포드의 세부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제공이 거부됐고, KF-16 개량 사업 때도 ALQ-200K 포드의 일부 기능이 제한됐다.
그 이후 ADD가 중심이 되어 전자전 알고리즘을 국산화했고, 한화시스템이 하드웨어를 맡으면서 독자 개발 기반을 다졌다.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게 ‘한국형 전자전 시험장비’다. 전자파 환경을 실제 전장에서처럼 시뮬레이션하는 시설인데, 이 덕분에 한국은 외국 기술 의존 없이도 신호 수집·분석·기만 기술을 단계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최근 AD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전자전 포드는 2026년 시제품 완성과 함께 시험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KF-21 블록 III 단계에서 전자전 능력을 통합하는 계획도 거론되고 있다.

전자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
예전엔 전자전이 단순히 ‘적의 레이더를 방해하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정보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즉, 적의 통신, 탐지, 위치, 사격 제어까지 모두 전자파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를 장악하는 쪽이 전장을 주도한다.
한국이 전자전 포드를 자체 개발한다는 건 단순히 무기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미래 전쟁에서 정보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도 전자전 능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독자 기술 확보가 절대적이다. 그라울러를 능가하는 수준의 포드가 실전화된다면, 한국 공군의 작전 범위와 생존성은 완전히 달라질 거다.

후기
직접 ADD 전자전 개발 관계자와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들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건 눈에 안 보이는 전쟁이다.” 레이더나 미사일은 육안으로 보이지만, 전자전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기술력의 격차가 실제 전투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지금 한국이 하는 시도는 단순한 무기 국산화를 넘어 ‘보이지 않는 영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라울러보다 낫다, 못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한국도 독자 전자전 플랫폼을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게 가장 의미 있다.

공부해야 할 점
- DRFM 기술의 원리와 전자파 기만 알고리즘 구조
- ALQ-99와 ALQ-249의 차이, 그리고 한국형 포드의 대응 방식
- 한화시스템과 ADD의 역할 분담 및 개발 일정
- 전자전이 현대 공중전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
- AI 기반 전자전 시스템의 가능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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