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엔진 얘기, 진짜일까
먼저 이야기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나로호(KSLV-I) 1단 엔진으로 러시아 안가라 로켓용 엔진인 RD-151(RD-191 계열 파생)를 수입해 썼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실제 구동 가능한 엔진을 우리 쪽에 “몰래” 넘겼다거나, 우리 쪽이 이를 역공학해서 누리호(KSLV-II) 엔진 개발에 결정적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팩트체크 결과 이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러시아 제공 엔진의 실체
2008년경, 러시아가 나로호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로 지상검증용 발사체(GTV)에 달린 1단 액체엔진을 우리에게 제공했다. 이 엔진이 실제 작동 가능한 엔진이라는 설이 있었고, 이 엔진을 역공학해 엔진 설계 노하우를 빼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조사 결과 이 엔진은 내부 부품이 빠진 껍데기 형태의 모형 엔진(dummy engine) 으로 판명됐다. 내부에 연소기, 터보펌프, 밸브류 등의 핵심 설계 구조가 없어 엔진 설계나 제작·시험 정보 획득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실물 엔진을 몰래 줬고, 그걸 우리가 분석해 누리호 엔진 개발을 단숨에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는 현재로선 근거가 부족하다.
![여기 '과학' 어때] 누리호 개발사업은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 파이낸셜뉴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1/10/22/202110221441047149_l.jpg)
누리호 엔진 개발, 실제로는 어떻게 됐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은 대부분 국내 독자 기술로 진행됐다. 항우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제 엔진을 분해·역설계한 적 없으며, “우리가 개발 중인 엔진 구조(가스발생기식)와 러시아 엔진 구조(다단연소사이클)가 다르기 때문에 설계 및 제작에 직접적인 참조가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엔진 설계·부품 제작·지상시험·발사체 설계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했으며, 약 37만 개 부품의 국산화 또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실물 엔진 제공 설’이 과장되어 전해졌다는 해석이 과학계 중론이다.

왜 이런 설이 퍼졌나
이런 ‘설’이 확산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 기술과 협력 관계가 있었고, 1단 엔진은 러시아 엔진이 탑재된 것이 사실이다. 둘째, 한국이 짧은 기간 안에 누리호 엔진 개발을 성공시키며 “세계 수준 엔진에 근접했다”는 성과가 나오자, 그 배경에 숨은 ‘빅 이벤트’로서 러시아 엔진 제공설이 매력적인 이야기로 부풀려졌다. 셋째, 언론이나 커뮤니티 상에서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몰래 넘겼다”는 식의 자극적 제목이 주목을 끌었고,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포된 것이다. 실제로 항우연은 “겉모양만 보면 모형인지 실물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고, 이후 7개월간 분석 끝에 모형임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러시아 엔진 몰래 제공’ 이야기는 팩트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엔진 성능 향상의 숨은 이유
그렇다면 한국이 8년 만에 엔진 성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실제로 한국은 약 10여년간의 액체엔진 개발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썼다.
- 자체 설계 역량 강화: KSR-3호, 나로호 준비 과정에서 액체엔진 기술 기초를 쌓았다.
- 국내 산업 생태계 구축: 300여개 기업과 5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면서 부품 설계·제작·시험 인프라를 확보했다.
- 반복된 연소시험 및 설계개선: 특히 누리호 엔진에서 발생한 연소불안정문제를 약 12번의 설계변경과 수많은 시험으로 해결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노력들이 합쳐져 ‘세계 수준 성능 발사체 엔진’이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즉,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처럼 느껴지는 배경에는 국내 기술의 정착과 산업 생태계의 성숙이 있다. 러시아 기술 제공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 만든 것이다.
후기
이 주제를 조사하면서 느낀 건 ‘멋있는 이야기’와 ‘팩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거였다. “러시아가 몰래 기술을 넘겨줬다”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실제로는 설득력 있는 증거나 공식 확인이 부족했다. 반면 우리나라 엔진 개발이 이렇게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우리 스스로의 노력 덕분이라는 게 더 현실적이고 사실에 가까웠다. 앞으로 이런 ‘크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무조건 믿기보다는 문서나 연구기관 보고서, 공식 발표 등을 통해 팩트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야 할 점
- 액체엔진의 기본 구조와 다단연소사이클 vs 가스발생기식 엔진의 차이
- 발사체 개발에서 ‘부품 국산화’와 ‘산업 생태계’의 의미
- 언론·커뮤니티에 떠도는 ‘밝혀지지 않은 설’들의 검증 방법
- 국내 우주발사체 역사(나로호 → 누리호)와 각 단계에서의 기술 확대 과정




























댓글1
참 다행입니다. 저도 다른 기사를 보고 그리 생각했는데. 우리기술 화이팅팅 입니다.관련 엔지니어및 과학자 관계자 모든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