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부터 유럽까지… 중국 완성차가 세계 시장을 삼킨 속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확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배터리·소프트웨어(SW)·자율주행 등 미래차 핵심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전 세계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세계 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계 브랜드 완성차는 현재 86개국에서 판매되며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차는 저렴한 가격만으로 평가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 경쟁력까지 앞세워 주요 시장에서 직접 경쟁자로 등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완성차가 철수한 지역의 빈틈을 중국이 빠르게 채우며 전략적 확장을 이어간 점도 성장을 가속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 중심 시장 전환이 시작된 국가들에서 중국 브랜드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 장악한 중국차… 일본차 본진도 무너뜨리다
중국 완성차의 확장 첫 무대는 신흥 시장이었다. 특히 아세안 지역은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 온 곳이지만, 중국차의 급부상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태국에서 중국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93.1%, 인도네시아는 75.8%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시장 질서를 단숨에 뛰어넘는 수치로,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와 적극적인 현지 생산 투자가 시장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중남미에서도 중국차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전기동력차 판매의 88.2%가 중국계 브랜드로 채워졌으며, 이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속도를 무기로 해당 지역 소비자 선택지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 체계도 공세적이다. BYD는 태국·인도네시아를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허브로 구축했고, 브라질에서는 연 30만 대 이상의 완성차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유통·공급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판매량 91% 급증… 더 이상 주변 브랜드 아니다
중국차의 확장세는 이제 유럽이라는 ‘본진’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5.1%로 아직 크지 않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91%나 폭증했다. 유럽은 테슬라, 폭스바겐 등 강력한 전기차 플레이어가 포진해 있고, 안전·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이지만 중국 업체들은 합리적 가격과 고효율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점차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BYD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모두 제공해 유럽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BYD의 글로벌 점유율은 중국 외 시장에서만 올해 7.5%에 달하며, 이 수치는 전년 대비 무려 142.9% 증가한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폭스바겐·테슬라·현대차그룹의 뒤를 잇는 4위로 올라선 것은 결코 가벼운 변화가 아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드리운 경고… 가격·기술 모두 밀릴 수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로 한국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신흥국 시장은 중국차가 강하게 장악하고 있어 대체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술 경쟁력 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을 100으로 놓을 때 한국 자동차 경쟁력이 100이라면 중국은 102.4로 이미 앞서 있으며, 2030년에는 중국 114.8로 격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완화된 규제를 바탕으로 미래차 산업에 강한 추진력을 쏟아붓고 있고, 샤오미·화웨이 같은 ICT 기업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직접 뛰어들며 경쟁력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중국 우위… 한국은 속도전 시급
현재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화두는 자율주행이며, 이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이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브랜드는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을 이미 광범위하게 상용화했고, 일부는 제한적 조건의 레벨3 기술을 탑재한 모델까지 출시했다.
반면 국내 양산차의 자율주행 기능은 주로 레벨2~2+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차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에 나서고 있으며, 바이두·모멘타에 이어 샤오펑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술 이전과 현지화에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고,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전환 속도 차이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정부의 대응… 2027년 레벨4 상용화 목표로 총력 투입
정부도 기술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율주행 규제 완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실증 계획을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는 100여 대의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요건도 대폭 완화하고 원격 제어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 14개, 중국 4개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속도전을 펼쳐야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차의 전 세계 점유율이 22%를 넘긴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도 기존 경쟁 논리를 벗어나 미래 기술 중심 전략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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