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로버 위업을 따라 하려다 ‘정면 추락한’ 중국 체리자동차
2018년 랜드로버는 세계적인 광고사에 남을 수준의 스턴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중국 후난성 장자제에 위치한 천문산(天門山)의 999계단, 평균 경사 45도에 달하는 험난한 ‘하늘 사다리 계단’을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가 직접 등반한 것이다.
이 도전은 차량의 성능, 드라이버 기술, 그리고 브랜드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반면, 비슷한 방식으로 홍보 효과를 기대했던 중국 체리자동차의 시도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체리가 새롭게 공개한 박스형 SUV ‘풀윈 X3L’이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도전에 나섰지만, 실패는 물론 심각한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며 ‘짝퉁의 굴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랜드로버를 연상시키는 풀윈 X3L, 홍보 전략은 ‘카피캣’ 시도
체리자동차가 선보인 풀윈 X3L(Fulwin X3L)은 랜드로버 디펜더를 떠올리게 하는 박스형 실루엣, 오프로드 중심의 차체 구성, EREV 기반의 고성능 SUV라는 점을 내세워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차량의 듀얼 모터 사륜구동 모델은 최대 422마력의 출력과 4.7초 제로백 능력을 강조하며 ‘중국형 오프로더의 새 기준’이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집중했다.
체리는 이러한 성능 마케팅의 정점을 찍기 위해 천문산 계단 도전에 돌입했다. 이는 명백히 2018년 랜드로버의 드래곤 챌린지를 의식한 시도였으며,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한 ‘카피 전략’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기대했던 이 도전은 오히려 기업의 준비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 됐다.

천문산에서 벌어진 충격의 사고,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온 체리 SUV
풀윈 X3L의 도전은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차량은 계단 초입에서 몇 미터 올라간 직후 갑작스럽게 추진력을 잃었다. 이어 차량은 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45도에 가까운 급경사에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차량은 난간에 강하게 충돌하며 보호 구조물을 파손시켰고, 충격으로 차량 일부가 파손되면서 검은색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현장 영상에 그대로 촬영되었다.
다행히 탑승자 부상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차량의 급격한 후진과 난간 붕괴 장면은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전 세계 네티즌들의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졌다. 이 사고로 인해 관광지는 이틀간 폐쇄되는 등 지역 운영에도 큰 혼란이 발생했다.

단순한 ‘동력 부족’이 아니라 준비 미흡의 종합 사고
체리자동차는 사고 직후 발표한 보도문에서 “테스트 장비의 안전 로프 앵커 포인트에서 샤클이 예기치 않게 분리되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차량이 자체 동력만으로 등반하지 않고 안전 장비를 병행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로프가 분리되면서 느슨해졌고, 그 로프가 차량의 오른쪽 앞바퀴에 감기며 구동계의 회전을 방해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차량은 정상적인 토크 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동력을 잃었고, 중력에 의해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 영상에서는 동력 상실 직전에 차량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품이 이탈하는 장면까지 포착돼 안전 점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체리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준비 부족과 현장 통제 소홀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네티즌 반응은 ‘왜 무리한 흉내를 냈나’…브랜드 이미지에 타격
사고 직후 중국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체리를 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랜드로버가 했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 하다니”, “기술력도, 장비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흉내만 낸 꼴”, “짝퉁 디자인의 짝퉁 이벤트”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랜드로버는 계단 등반을 위해 전문 드라이버, 안전팀, 테스트 차량 강화, 다중 안전장치 등을 촘촘히 세팅했던 반면, 체리는 이벤트 자체의 기본적인 안전 통제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기술 실패가 아닌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국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어설픈 흉내 내기’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술력 과신의 결과”라는 분석…실패가 남긴 씁쓸한 교훈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이벤트 실패가 아닌, 기술력 과신과 안전 검증 부족이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EREV 기반 SUV가 높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해도, 999계단과 같은 극한 환경은 전용 세팅, 안전 장비, 드라이버 훈련 등이 필수라는 것이다.
랜드로버가 이 챌린지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단순한 차량 성능 때문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오랜 노하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체리의 도전은 오히려 브랜드의 완성도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자동차 시장이 세계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흉내 내기와 과장된 퍼포먼스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며, 이번 사건은 중국 전기차·EREV 브랜드들이 넘어야 할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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