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엑셀 쇼크’, 싸구려에서 출발한 1막
현대차의 미국 첫 챕터는 1986년 소형차 엑셀(Excel)로 열렸다. 당시 경쟁 차종 대비 절반 수준 가격 전략으로 “값싼 신차”라는 틈새를 정확히 공략하며, 첫해에만 16만 대 이상을 팔아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 뒤에 숨은 낮은 내구성과 부족한 서비스망은 곧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고, 1990년대 중반 이후 현대차는 “고장 잘 나는 싸구려 차”라는 오명 속에 연간 판매 10만 대에도 못 미치는 위기를 겪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대표적인 부정적 표현으로 회자되던 시기다.

10년·10만 마일, 업계를 뒤흔든 역발상
전환점은 1999년 내놓은 파격적인 품질 보증 정책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미국 업계 최대 수준이던 10년·10만 마일 파워트레인 보증을 도입하며, “품질에 자신이 있으니 고장 나면 10년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정면으로 던졌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수익성을 해칠 무모한 도박”이라 우려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장기 보증은 곧 브랜드에 대한 신뢰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J.D.파워 조사에서도 ‘보증 조건’이 구매 결정 5대 요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현대차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미국 최고 수준의 보증(America’s Best Warranty)’이라는 슬로건이 자리 잡으면서, 현대차는 “싼 차”에서 “믿고 살 수 있는 차”로 브랜드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다시 기업가 정신] 세계 車 시장 흔든 정몽구 회장의 '품질·현장 경영'](https://cdn.emetro.co.kr/data2/content/image/2024/06/24/.cache/512/20240624500509.jpg)
미국 현지 생산·디자인 혁신이 만든 품질 반전
보증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현지화와 품질 고도화에 나섰다. 2005년 앨라배마, 2010년 조지아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해 생산·고용·부품 생태계를 현지에 뿌리내렸고, 최근에는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연 10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독일·유럽 출신 스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해 디자인과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그랜저·쏘나타·투싼·팰리세이드 등 핵심 모델들은 미국 시장에서 IIHS 안전성, J.D.파워 품질조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가성비’에서 ‘가심비’ 브랜드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차·SUV로 미국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다
최근 성장세를 이끄는 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그리고 SUV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는 2025년 들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하며 그룹 전체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미국 내에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차량 판매는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37% 늘었고, 북미는 현대차 글로벌 지역 가운데 전동화 성장률이 가장 높은 시장이 됐다. 아이오닉 5·아이오닉 9, EV6·EV9,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 등은 연이어 월간·연간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일본차·테슬라 일색’이던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을 크게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4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연간 판매는 170만 대를 넘기며 GM·토요타·포드에 이어 2년 연속 전체 4위에 올랐다.
3,000만 대 고지, 토요타·혼다보다 빨랐다
현대차·기아는 1986년 첫 진출 이후 2025년 7월까지 미국에서 총 3,010만 7,257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가 1,755만 2,003대, 기아가 1,255만 5,254대를 차지한다. 미국 토종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업체 중 누적 3,000만 대를 넘긴 곳은 일본 토요타·혼다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세 번째다. 토요타는 1958년 진출해 2012년, 혼다는 1970년 진출해 2017년에야 3,000만 대를 넘겼지만, 현대차그룹은 1986년 진출 후 39년 6개월 만에 이 기록을 달성해, 선배 업체들보다 8~15년 빠른 속도로 고지에 오른 셈이다. 숫자로만 보면 ‘늦게 시작했지만 더 빠르게 따라잡은 후발 주자’의 전형적인 성공 모델이다.

관세·정치 리스크 속에서 이어갈 ‘정주영식 뚝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정으로 한·미 자동차 교역 환경은 다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양국은 최근 관세 협상 타결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와 전기차 보조금·원산지 규정 변화는 여전히 한국 완성차 업체들에게 부담 요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더 많이 미국에서 만들고, 더 빨리 전동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조지아·앨라배마 공장 전기차 라인 증설, 현지 배터리 합작 투자, 픽업·SUV·전기차 중심 라인업 강화가 그 구체적 해법이다. 1980년대 “한국 차가 미국에서 팔리겠느냐”는 회의론 속에서도 “해보자”며 엑셀을 들이밀었던 고 정주영 선대 회장의 뚝심은, 39년 6개월 만에 3,000만 대라는 숫자로 돌아왔다. 가격으로 문을 열고, 10년 보증으로 신뢰를 쌓고, 전동화 혁신으로 브랜드의 격을 높이며 지금에 이른 만큼, 현대차그룹의 다음 40년은 이 신화를 어떻게 확장하느냐의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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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내장재와 외부녹 도장 은 인정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