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플래그십의 시작, 쌍용 체어맨
1997년 등장한 쌍용 체어맨은 당시 SUV 이미지가 강했던 쌍용차가 고급 세단 시장에 본격 진입한 첫 작품이었다. 길이 5m가 넘는 차체와 함께,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W124) 기반 FR 플랫폼, 벤츠의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결합했다는 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외관은 직선 위주의당당한 실루엣,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두툼한 B필러 등 ‘권위’와 ‘존재감’을 앞세웠고, 실내는 고급 가죽시트·우드트림 등으로 꾸며져, 기업 임원, 의사, 변호사 등 상류층의 대표적인 차로 자리잡았다.

기술력과 품격, 벤츠를 품은 ‘회장님차’
체어맨은 국산 최초로 5단 자동변속기와 트립컴퓨터, DVD 내비게이션, 에어 서스펜션 등 첨단 사양을 적극 도입했다. 상위 트림에는 직렬 6·8기통 3.6L 이상의 고배기량 엔진, 전동 트렁크, 차체자세제어, TPMS, EL 계기판 등 당시로서는 미래적 요소가 대거 투입됐다. 뒷좌석 암레스트-오디오 조작, 리클라이닝, 전동블라인드, 냉·온장고 등도 적용돼 VIP 의전차 개념을 완성했다.

“체어맨=회장님차” 공식, 시장의 반응
검은색 바디, 크롬 그릴, 플래그십 전용 후드 오너먼트가 기업 사옥, 병원, 법률사무소 앞을 누비며 “회장님 오셨다”는 시대적 상징이 됐다. 다른 대형차와 달리 벤츠의 이미지와 국산 최첨단 사양의 결합은 곧 회사의 위상을 상징했다. 차를 소유하면 “회사 체급이 올라갔다”는 말이 퍼졌을 만큼, 체어맨은 90년대 명실상부한 ‘재계 회장님차’로 자리매김했다.

현대가 쏘아올린 ‘에쿠스’, 국산 럭셔리 도전장
1999년 등장한 현대 에쿠스는 ‘말’을 뜻하는 라틴어 이름 그대로 모기업의 기함(旗艦)이었다. 길이 5.1m, V8 4.5L까지 라인업된 초대형 세단, 전동 뒷좌석, 뒷좌석 전용 모니터까지 채택한 파격적 설계로 국내외 S클래스, 7시리즈와 경쟁했다. 청와대, 공공기관, 정재계 VIP 의전차량으로 대거 채택되면서 국산 플래그십의 위상을 한층 확대했다.

조용하지만 강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
1997년 등장한 기아 엔터프라이즈도 회장님차 반열에 들었다. 일본 마쓰다 센티아 기반 대형 FR세단으로, 전장 5,020mm, 3.6L CEO 트림 등 고배기량·넉넉한 실내·중후함이 강점이었다. 정치인, 기업 임원 관용차로 꾸준히 애용됐고, 고급감·신뢰를 상징하는 TV광고와 ‘회장님 트림’이 당시 큰 반향을 불렀다.

권위·낭만·올드머니 감성의 공존
현대 제네시스 G90, 수입 럭셔리 세단이 대세이긴 하지만, 90년대 체어맨·에쿠스·엔터프라이즈 3인방에 담겼던 권위·낭만·올드머니 감성은 여전히 회자된다. 검정색 차체, 크롬 그릴, 두툼한 B필러의 ‘존엄’ 디자인, VIP 중심 레이아웃,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신기술의 구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산 플래그십의 유산을 오늘까지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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