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해군, 동맹이 아닌 ‘생산 구조’를 요청하다
요즘 미해군 내부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표현은 동맹 협력이 아니라 사실상 구조 요청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선 역량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주요 조선소들은 인력 부족과 공정 병목, 숙련 노동자 이탈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으며, 단기간 내 해결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해군은 더 이상 자국 조선만으로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태평양 서쪽, 안정적인 군함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컨스텔레이션급이 드러낸 구조적 한계
미국 회계감사원과 주요 군사 전문 매체들은 현재 미해군이 겪는 위기의 상징으로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이 함정은 이탈리아 베르가미니급을 기반으로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미해군 요구 사항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설계 변경이 누적됐고 그 결과 건조 비용과 일정 모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척당 비용은 초기 예상치였던 약 10억 달러를 훌쩍 넘겨 15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고, 공정률 역시 초도함 착공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단순한 사업 지연이 아니라 미해군 중형 수상 전력 자체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의회, ‘해외 건조’라는 금기를 깨다
이 같은 위기 인식은 결국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2026 회계연도 국가수권법에는 처음으로 미해군 함정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아직은 비전투함에 한정되고 수량도 제한적이지만, 존스법과 국가 안보 논리를 앞세워 해외 건조를 철저히 금지해왔던 미국이 법률 차원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미국 군사 전문지들은 이를 ‘전략적 균열’로 평가하며, 미국 조선 역량이 더 이상 전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납기’로 이동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평가 기준의 전환이다. 미해군과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향후 함정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능 경쟁이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실제로 바다에 띄울 수 있는 능력이다. 즉, 가장 강한 함정이 아니라 가장 빨리 실전 배치 가능한 함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기준이 등장하는 순간,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의 모가미급과 한국의 KDDX가 동시에 거론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설계 완성도가 아니라 생산 안정성과 일정 준수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모가미급과 한국 KDDX의 결정적 차이
표면적으로 보면 일본의 모가미급은 이미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해 있고 해외 수출 성과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KDDX는 아직 상세 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군사 분석가들은 여기서 다른 질문을 던진다. ‘누가 미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일본은 자국 조선소에서는 뛰어난 품질의 군함을 건조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군함을 생산할 기반은 거의 없다. 반면 한국은 이미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지분 확보를 통해 미해군 함정을 실제로 건조해 온 경험과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업 투자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접근성의 차이로 평가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위협적인 선택지
흥미로운 점은 KDDX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설계와 생산 준비를 병렬로 진행하는 체계를 이미 표준화했으며, 이는 과거 대형 구축함과 방산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다.
미해군 사양을 설계 초기부터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확장성을 전제로 한 전력 여유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일정 통제 능력은 미국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다. 미국 내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설계보다, 완성되지 않은 생산 능력이 더 위험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경쟁의 본질은 설계 도면이 아니라, 누가 가장 빨리 실제 함정을 띄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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