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을 뒤흔든 충격, ‘9700달러 전기차에 레벨3’
중국 전기차가 유럽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단순히 “싼 값에 많이 찍어내는” 수준을 넘어, 1만 달러도 되지 않는 초저가 전기차에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BYD는 시걸 EV에 약 9700달러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도화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탑재하며 유럽 전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0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8만여 대를 기록했다. 반면 BYD는 같은 기간 285%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고, 상하이모터스 역시 26% 넘게 증가했다. 기존 유럽 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싸기만 한 줄 알았는데”…중국 전기차의 기술적 반전
중국 전기차 산업은 한때 저렴한 가격만을 무기로 한 양산 산업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BYD, 지커, 리오토 등 주요 기업들이 2025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 양산을 선언했고, 기술 개발 속도는 기존 글로벌 업체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자동차의 80%가 우리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렸다. AI 분야에서도 중국은 딥시크와 같은 고성능 모델과 손잡아 차량 지능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설계에 대한 전환 속도는 전통적인 글로벌 완성차 기업보다 훨씬 빠르다.

‘18개월 개발’이 가능한 중국식 속도전의 실체
중국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압도적으로 빠른 개발 속도’다. 중국 주요 업체는 평균 18개월에서 24개월 내 신차를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현대차그룹의 평균 36개월 개발 주기와 크게 대비된다.
이러한 속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설계 방식과 높은 자동화율, 그리고 압축된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다. 특히 BYD는 배터리·모터·인버터 등 핵심 전기차 부품을 내부에서 직접 만든다. 이른바 ‘버티컬 통합 구조’를 통해 개발 속도와 비용을 동시에 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급망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술·가격·생산 효율이 결합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더는 미룰 수 없다”…18조 원 총력전 선언
중국 전기차의 급격한 기술 추격에 현대차그룹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18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에 분산돼 있던 소프트웨어 조직을 통합하고 지능형 모빌리티 전문기업 42dot을 중심으로 개발 인력을 약 600명 규모로 확충했다.
내년에는 판교 ‘SW 드림타운’에서 본격적으로 통합 개발이 이뤄질 계획이다. 현대차는 자체 운영체제 ‘ccOS’를 개발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합 관리할 계획이며, 레벨3 자율주행 기술과 OTA 업데이트 기능을 새로운 신차 라인업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승부는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기술 혁신의 약 90%는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일어난다. 자율주행, 차량 통합 제어, 인포테인먼트, 안전성 기술 등 핵심 영역이 전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자동차 산업 내 소프트웨어 비중도 향후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SDV(SW 중심 자동차) 전환에 실패하면 전기차 경쟁력을 단숨에 잃게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드웨어 경쟁력은 이미 중국, 미국, 유럽 모두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차별화 요소는 소프트웨어 속도·성능·연동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쫓는 입장이 될 수도”…중국 전기차의 위협과 향후 과제
유럽 시장은 그동안 전통적 완성차 강국이 주도한 안정적인 시장이었지만, 중국 브랜드의 급성장은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저가 전략에 의존하던 시절을 지나, 중국 업체들은 기술 혁신·초고속 개발·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유형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성장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지금 우리의 위치가 따라가는 입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지금이 총력전을 펼쳐야 할 시점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배터리 성능이나 차체 디자인이 아닌 ‘차량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