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 전설의 브랜드가 흔들리다
‘강남 쏘나타’라 불리며 국내에서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포르쉐가 글로벌 무대에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포르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0억 3500만 유로(약 6조 원)에서 4000만 유로(약 590억 원)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4%대에서 0.2%로 추락,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다. 한때 고수익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포르쉐의 체질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오픈런’, 글로벌은 ‘쇼크’
흥미롭게도 한국 시장은 예외다. 포르쉐 코리아는 올해 1~9월 802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카이엔(3502대)과 파나메라(1801대)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기 기간이 1년을 넘길 정도로 여전히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모델은 포르쉐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중심 모델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포르쉐의 과감한 전기차 전환 전략이 발목을 잡았다.

전기차 베팅의 부메랑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르쉐가 “성급한 전기차 베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쉐는 시장 수요보다 빠르게 EV 전환을 추진했지만,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뎠다. 신형 전기 SUV 플랫폼 개발은 중단되었고, 일부 신차 출시도 연기됐다.
특히 ‘PPE’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마칸 전기차 이후 차세대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 개발이 지연되며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이 플랫폼은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도 개발 차질이 이어지고 있으며, 포르쉐는 결국 계획했던 대형 SUV 및 파나메라 EV 전략을 재조정해야 했다.

내연기관으로의 회귀
이런 상황 속에서 포르쉐는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략을 회귀하고 있다.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생산을 2030년대까지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잘 팔리는 차에 집중하자’는 현실적 판단이다. 하지만 방향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뒤따랐다.
포르쉐는 2025년 9개월간 약 27억 유로(약 4조 원)의 특별 비용을 반영했으며, 연말까지 32억 유로(약 4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18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는 백지화된 EV 플랫폼 개발 비용이다. 포르쉐 CFO 요헨 브레크너는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 붕괴와 미국발 관세 장벽
한때 포르쉐의 ‘황금알 시장’이던 중국도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9개월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 급감했으며, BYD·니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현지에서는 “포르쉐 타이칸은 더 이상 혁신의 상징이 아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15% 수입차 관세 부과가 겹치며 포르쉐는 7억 유로(약 1조 4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았다. 결국 일부 차량의 가격 인상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과 ‘기본으로의 회귀’
위기 탈출을 위한 인적 쇄신도 본격화되고 있다. 10년간 포르쉐를 이끌던 올리버 블루메 CEO는 연말을 끝으로 사임하고, 모회사 폭스바겐 그룹 CEO 역할에 집중한다.
새 CEO로는 맥라렌 출신 마이클 라이터스가 내년 1월 1일부터 취임한다. 그는 페라리와 맥라렌을 거친 ‘제품 중심형 경영자’로, 포르쉐가 다시 핵심 모델 중심의 고수익 전략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동시에 포르쉐는 2000명의 임시직 해고에 이어 1900명 규모의 추가 감원을 준비 중이며, 노조와 ‘퓨처 패키지(Future Package)’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쉐의 미래, 명성 회복 가능할까
한때 ‘성공의 상징’이던 포르쉐는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전기차 시장의 예측 실패, 중국 시장의 급격한 붕괴, 그리고 고금리·관세 압박이 겹치며 실적은 추락했다.
그러나 동시에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과 ‘고성능 내연기관 기술’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쉐가 다시 빛을 보려면,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이의 균형을 완벽히 잡아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가 브랜드의 두 번째 도약을 위한 필수 통과점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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