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 7천억 약속하고 버티던 인도네시아, 10년 만에 태도 급변
KF-21 보라매는 애초부터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2014년 체결 당시 인도네시아는 총개발비의 20%인 약 1조 7천억 원가량을 부담하기로 약속하며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국”이라는 명분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분담금 납부는 처음부터 삐걱거렸고, 계획된 금액의 일부만 내거나 아예 한 푼도 내지 않는 해가 반복됐다. 그 결과 한국은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분담금 독촉과 조건 재협상을 되풀이해야 하는 진통을 겪었다.

줄이고 또 줄인 분담금, 1조 7천억이 6천억으로
재정난을 이유로 인도네시아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분담금 납부를 미루기 시작했다. 일부 연도에는 계획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만 보내고, 어떤 해에는 완전 미납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프로젝트 파탄을 막기 위해 분담금 조정을 제안받을 때마다 난색을 보이면서도 협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근 기본합의서 개정을 통해 인도네시아 분담금은 약 6천억 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고, 그에 따라 기술 이전 범위도 기존보다 축소되는 조건이 함께 따라붙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1,113억 입금… 달라진 계산법
눈에 띄는 변화는 분담금이 깎인 직후 나타났다. 그동안 수차례 미납과 지연을 반복하던 인도네시아가 합의 개정 직후 갑자기 1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한 번에 송금한 것이다. 이로써 조정된 총분담금 6천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채워졌고, 남은 금액은 1천억 원대 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네시아 예산에 잔여 분담금이 반영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번엔 정말로 완납까지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미납–독촉’ 악순환이 막바지에 온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F-21 시험비행이 보여준 ‘실체’, 인도네시아가 다급해진 진짜 이유
인도네시아의 태도가 바뀐 배경에는 KF-21 자체의 성과가 있다. 초도 비행 이후 초음속 돌파, 공대공·공대지 무장 투하 시험, 야간 비행 등 각종 시험을 차례로 통과하면서 KF-21은 ‘종이 설계’가 아닌 실제 전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개발 초기에는 한국의 전투기 독자 개발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시제기들이 실체를 드러내자 국제 시장의 평가가 빠르게 달라졌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혹시 실패하면 손해 보지 말자”던 계산에서 “성공하면 공동개발국 지위를 놓치지 말자”는 쪽으로 셈법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UAE 변수, “공동개발 파트너 자리 뺏기면 어쩌나”
인도네시아의 조급함을 키운 또 다른 변수는 중동의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의 등장이다. KF-21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온 UAE는 자금력과 도입 의지가 모두 강한 국가로, 참여 의사를 공식화할 경우 한국으로서도 마다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파트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분담금 문제로 계속 잡음을 낸 인도네시아보다, 재정이 탄탄하고 계약 이행에 적극적인 새 파트너가 훨씬 안정적이다. 게다가 UAE는 중동 방산 수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계속 미루다가는 공동개발국의 지위와 이익이 축소되거나,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한 파트너에게 중심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을 것이다.

한국이 떠안은 1조 원, 그래도 인도네시아를 놓치지 못한 이유
분담금이 1조 원 이상 줄어든 만큼, 그 부족분은 결국 한국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책임져야 한다. 처음 공동개발 구조를 설계할 때 기대했던 ‘비용 분담’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진 셈이라, 국내에서는 “너무 많이 깎아준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완전히 손 떼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인구 대국이자 지정학적 요충지로, KF-21의 향후 수출과 운용 확대를 생각하면 초기 파트너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더 큰 정치·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중단이나 탈퇴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의 신뢰도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지막 고비는 ‘내년 여름’… 약속 지키면 윈윈, 어기면 판이 달라진다
현재 구조에서 인도네시아가 남은 1천억 원대 분담금을 약속대로 납부하면, 10년에 걸친 분담금 논란은 일단락된다. 다만 그동안 수차례 조건 변경과 미납을 반복했던 전례 탓에,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예산 반영이 곧 집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추가 조정 요구가 다시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인도네시아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킨다면, 공동개발국으로서 체면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동시에 KF-21의 운용·수출에서 나름의 몫을 챙길 수 있다. 만약 또다시 약속을 어긴다면, 한국이 UAE 같은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력을 본격화하는 명분만 더 커지게 된다. 내년 여름, 오랜 논란의 마침표가 어떻게 찍힐지에 따라 KF-21 사업의 국제 구도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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