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안보협의회, 주한미군 ‘현 전력 유지’ 문구 삭제
한미 양국이 최근 개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대한민국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해 주한미군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새로운 표현이 들어가면서, 향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명에는 ‘현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었으나, 이번에 문구가 수정되면서 주한미군의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방어태세 유지”로 문구 변경…감축 가능성 우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성명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장관이 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직후 공동 발표된 것이다.
양국은 SCM 막판까지 주한미군 문구 조율을 이어갔으며, 한국 측은 “현 전력 수준 유지” 표현을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방어태세 유지’라는 포괄적 표현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년 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문구 삭제’로 불거졌던 동맹 불안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반복된 ‘문구 논란’의 역사
‘현 수준 유지’ 문구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SCM 공동성명에 꾸준히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자, 이 표현이 12년 만에 사라졌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2021~2024년) 출범 이후 이 문구가 다시 부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다시 한 번 감축 가능성이 부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한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숫자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조
올해 8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전력의 능력(capabilities)”이라며 “주한미군 조정에 관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미군이 한반도 방위 전략을 ‘고정 병력 중심’에서 ‘전략적 유연성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즉, 필요 시 일부 병력을 해외 작전에 차출하되, 첨단 무기와 신속 대응 체계로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현 전력 유지 요청”…미국과 절충점 찾은 듯
군 당국 관계자는 “우리 측은 SCM 협상 막바지까지 ‘현 전력 수준 유지’ 문구 삽입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은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방어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표현으로 절충했다.
이는 ‘감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한미동맹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정치적 타협으로 평가된다. 한미 간의 협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급격한 감축은 동맹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한국 측 우려가 전달됐고, 미국 역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축 가능성 있지만, 방어 공백은 없을 것”
일부 전문가들은 ‘현 수준’ 표현이 빠졌다고 해서 즉각적인 병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 상원이 통과시킨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에는 “주한미군 약 2만8500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법적으로 대규모 감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공약도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병력을 감축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미국 측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방어태세 약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미동맹의 ‘균형 조정기’…전략 재편의 신호탄
이번 SCM 공동성명은 단순한 문구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미동맹이 새로운 균형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력 재배치와 글로벌 병력 효율화를 추진 중이며, 한국은 ‘자주국방’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가운데, 주한미군 전력 조정 문제는 향후 양국 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성명은 “감축 가능성”과 “방어태세 유지”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로, 향후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미군 전력의 성격이 재정의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