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238억 원 투입해 키운 ‘핵심 전력’, 민항으로 이탈
국가 안보의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공군 숙련 조종사들이 대거 전역하며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고 있다. 지난 7년간 공군에서만 숙련 조종사 724명이 군복을 벗고 곧바로 민항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명의 숙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약 238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이들의 이탈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의 직격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백선희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741명의 숙련 조종사 중 724명이 민항사로 이동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33명 ▲2019년 125명 ▲2020년 113명 ▲2021년 71명 ▲2022년 60명 ▲2023년 82명 ▲2024년 116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8~17년 차 숙련급, 공군 작전의 ‘중추’
숙련 조종사는 임관 후 8~17년 차 장교들로, 단독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후배 조종사 훈련까지 담당하는 공군 전력의 중추다.
공군 관계자는 “숙련 조종사 양성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훈련과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이들이 민항으로 빠져나가면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공군의 조종사 충원율은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숙련급 인력이 빠져나가면 전투 효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특히 실전 경험이 풍부한 중견 조종사들이 사라지면 훈련 체계가 약화되고, 후속 인력 양성에도 차질이 생긴다.

민항과의 격차, 이직 가속화
조종사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민항 조종사와의 처우 격차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이직이 최근 들어 다시 급증했다. 올해 9월까지 이미 105명이 전역했으며, 연말에는 13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군은 매년 약 140명의 신규 조종사를 배출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결국 민간으로 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김 의원은 “민항 조종사 대비 보수 차이와 주거 불안, 가족 지원 부족이 누적되면서 장기 복무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라 국가 안보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돈보다 삶의 질’…공군 내부 설문 결과
공군 내부 설문조사에서도 조종사들의 고민이 드러났다. 응답자의 68.9%가 ‘민항과의 보수 격차’, 67.5%가 ‘워라밸 부족’, 61.4%가 ‘주거 불안정’을 전역 사유로 꼽았다.
한 조종사는 “민항은 같은 비행을 해도 2~3배 이상 보수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사는 시간이 많다”며 “군은 여전히 과도한 근무시간과 열악한 복지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군이 아무리 조종사를 양성해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민항사로 이직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의 ‘리텐션 보너스’…차별화된 인재 유지 전략
전문가들은 미국 공군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기 의원은 “미군은 의무복무 10년 후 재계약 시 월 최대 520만 원 수준의 리텐션 보너스를 지급한다”며 “예비군 조종사 제도를 운영해 숙련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조종사 이탈을 막기 위해 장기 복무 인센티브, 가족 지원, 주거 보조금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반면 한국 공군은 아직도 ‘의무복무 후 자율퇴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조종사 이탈, 더 이상 방치 안 돼”
백선희 의원은 “수백억의 세금을 들여 양성한 인재들이 잇따라 떠나는 현실은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조종사들의 처우와 복지 수준을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방부는 ‘조종사 복무 개선 TF’를 구성해 ▲급여체계 현실화 ▲주거 안정 지원 ▲근무환경 개선 ▲예비 조종사 재활용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탈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의 핵심이 무너진다
공군 조종사 이탈은 단순히 인력 유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국가 방위력 저하, 훈련 체계 붕괴, 작전 효율 감소로 직결되는 심각한 안보 위기다. 숙련 조종사가 떠난 자리를 신입 조종사가 즉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국방 전문가는 “지금의 추세라면 몇 년 내 공군의 전투기 운용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경제 논리보다 안보 논리가 우선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금 238억 원으로 키운 ‘하늘의 정예’들이 더 이상 군복을 지킬 이유를 찾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군이 ‘조종사 유출 방지’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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