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 R&D 성공률 95%, 하지만 기술 순위는 8위
한국은 지난 10년간 국방 연구개발(R&D) 사업에서 평균 9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기초 연구 97.9%, 핵심 기술 개발 98.5%, 민군 기술 협력 사업 96.9%의 높은 성과를 보였다. 미래 도전 국방 기술 사업은 무려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고, 부품 국산화 사업도 62%의 실적을 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다수 국방 R&D 지표에서 90% 이상을 넘기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성공률은 관리 시스템과 개발 역량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성과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성공률은 오히려 도전 과제의 부족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 위주의 시스템은 장기적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한국보다 R&D 예산 적은 이스라엘이 더 앞선다
반면 국방과학기술 수준 순위에서는 한국이 12개 국방 선진국 중 8위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R&D 예산이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이스라엘이 7위로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공개한 2024 기술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기준인 100%를 기록했고, 프랑스·러시아·독일·영국·중국·이스라엘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미국 대비 82%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이 양적으로는 앞서도 질적인 기술력 확보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략 무기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체계적인 장기 투자와 문화적 접근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 성과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실패 없는 성공’이 오히려 기술 발목 잡는다
현재 한국의 높은 R&D 성공률은 보기엔 좋지만, 일각에선 이 수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건 도전적 과제보다 안전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국방 R&D 성공률이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무인 전투체계나 방공 무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결국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패를 감수하고 선도형 과제에 적극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기술 발전이 단순한 수치 게임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이야말로 미래 기술의 토대를 다질 수 있는 조건이다.

고도기술 분야 성적은 뒷걸음질
한국은 자주포·전차 등 전통적 방산 분야에선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K-9 자주포가 포함된 화포 체계 분야에서는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회전익 항공기, 우주 무기, 합성개구레이더(SAR)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는 10위권에 머무는 등 기술 편차가 큰 편이다. 이런 비대칭적 구조는 한국의 방산 전략이 선진기술 확장보다는 기존 무기체계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도 기술이 필요한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인프라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기 수출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적 기술 자립 구조를 세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제는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환경이 조성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결과 중심의 정책이 R&D 방향을 좌우했지만, 앞으로는 선도기술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이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고성과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실패를 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 같은 실패 허용 기반의 연구문화 없이 기술 독립이나 세계시장 선도는 어렵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새로운 도전의 장을 마련하고, 실패를 배움의 자산으로 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방기술 자립을 위한 구조 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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