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기지 압수수색, 그리고 주한미군의 항의 서한
2025년 10월 초,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외교부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데이비드 아이버슨 주한미군 부사령관 명의로 작성된 이 서한은 내란 특별검사팀의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이었다.
특검은 지난 7월 21일,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그 통신 체계를 추적하기 위해 오산 공군기지 내 중앙방공통제소(MCRC, Master Control and Reporting Center)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MCRC로 가기 위해선 미군 관리 구역을 통과해야 하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조항에 따라 미군과 사전 협의가 필요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SOFA 협정 논란과 법적 쟁점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제3조에는 “미군 시설 및 구역에의 출입은 미군 당국의 허락 또는 협의에 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주한미군 측은 “특검이 미군 구역을 무단으로 통과해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공식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내란특검 조은석 특검팀은 “압수수색 대상은 전적으로 한국군 관리자료였으며, 미군 시설이나 구역에 대한 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SOFA 위반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 관계자는 “MCRC가 주한미군 관리 구역과 맞닿아 있을 뿐, 압수수색은 명확히 우리 공군 구역에서 진행됐다”며 “SOFA 조항상 수사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왜 두 달 뒤 항의했나
이번 항의 서한의 시점도 이례적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7월이지만, 서한은 10월 3일에야 외교부 북미국장 앞으로 전달됐다.
이에 대해 한미 외교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사건의 경위와 수사 목적을 파악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한 공식 문제 제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8월 한미정상회담 중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해 조기 해명된 사안이 재차 불거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목적이 미군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가 있었다”며 논란을 일단락지었었던 만큼, 이번 항의는 동맹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불완전성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특검의 해명과 정부의 외교적 대응
내란특검은 즉각 “SOFA 위반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특검 관계자는 “오산기지 내 한국군이 관리하는 구역에서만 자료를 확보했으며, 주한미군 구역에 대한 진입이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외교 관례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국방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조만간 주한미군 측에 정식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양측은 이번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해 동맹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또 주한미군 감축설… '전작권 카드' 신중해야 할 시점 | 서울신문](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7/10/SSC_20250710224127_O2.png)
SOFA 규정의 현실적 문제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한미 SOFA 체계의 현실적 충돌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한국 내 기지 가운데 일부는 공용 시설이거나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어, 실제로 관할권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국방안보전략연구소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미군 시설 출입 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공용구역에서는 수사 절차상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향후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해 해석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내 긴장과 조율의 의미
주한미군의 항의 서한은 이례적이지만, 동시에 한미 간 군사 협력의 ‘조율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은 공식 입장에서 “현재 대한민국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동맹의 신뢰 관계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양국 군사 주권 문제를 민감하게 건드렸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 외교전문가는 “주한미군이 서한을 통해 경고의 의미를 전달한 것이지, 갈등을 확대할 의도는 아니다”라며 “SOFA 체계는 잠재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절차적 조율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차 논란 속에도 동맹은 유지된다
오산기지 압수수색 사건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사안은 아니지만, 절차적 투명성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상징적 사례다.
특검은 위법 논란을 부인하며 정당성을 강조했고, 주한미군은 재발 방지를 위한 공식 항의라는 절차적 행동을 취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미협정에 대한 상호 존중과 조율의 시험대가 되었으며, 양국의 동맹은 이를 통해 더욱 명확한 협력 규범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과 협의 절차를 구체화하고, 군시설 공동 사용에 대한 법적 기준을 보완함으로써 ‘SOFA 논란 재발 방지’와 ‘주권 존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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