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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임무” 공중에서 전투기 엔진을 끄는 극한의 실험을 진행하는 여성 조종사

타로 기자 조회수  

공군 첫 여성 시험비행 조종사, 하늘의 ‘임상시험 의사’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 전력 건설 최전선에 선 주인공은 정다정 소령(39·공사 57기)이다. 그는 공군시험평가단 제52시험비행전대 소속으로, 내년 전력화를 앞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시험비행을 맡고 있다. 시험비행 조종사는 신약 임상시험 의사에 비유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그는 환자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며 전투기를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최근 정 소령은 ‘포니정 영리더상’을 수상하고 중령 진급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겹경사를 맞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내 경험이 국가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정 소령은 KF-21 시험비행조종사가 되기 전까지 KF-16 전투기를 몰며 전투조종사로 활동했다. 그는 “KF-21 개발 시험비행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며 시험비행의 길로 들어선 계기를 전했다. 13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가진 베테랑이었지만, 시험비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은 낯설고 험난했다.

단일 기종만 몰던 시절과 달리, 다양한 항공기를 조종하며 각각의 특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시험비행 교육 11개월과 해외 연수 9개월을 거쳐, 공군 창설 이래 여군으로는 최초로 시험비행조종사가 됐다.

정 소령은 “여군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능력 있는 조종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며, 성별을 떠나 후배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극한의 임무, 공중에서 엔진을 끄다

시험비행은 말 그대로 위험을 무릅쓴다. 정 소령은 공중에서 전투기 엔진을 껐다가 다시 켜는 실험을 진행하거나, 기체를 의도적으로 조종 불능 상태에 빠뜨렸다가 회복하는 훈련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KF-21의 안전성과 전투 성능을 입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알 수 없는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늘 위험하다. 하지만 지상에서 엔지니어들이 무수한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공유해준다”는 그의 말처럼, 시험비행은 조종사와 엔지니어 간 신뢰와 협업이 핵심이다.

이런 극한의 상황을 통해 KF-21은 실제 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전투기로 완성된다. 시험비행조종사는 단순한 조종사가 아니라 ‘기술과 전투 현장을 잇는 다리’라 불린다.

한국형 전투기의 강점, 조종사의 목소리 반영

정 소령은 KF-21의 가장 큰 강점으로 ‘조종사의 요구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수입 무기는 해외 제작사에 의존해야 해 개선 요구가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KF-21은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어, 실제 조종사들의 피드백이 곧바로 설계와 성능 개선에 반영된다.

그는 “KF-21은 이미 세계 동급 항공기에 뒤처지지 않는 스펙을 갖췄다”며 “우리가 필요할 때 필요한 기능을 향상시키고 자체 개발 무장도 시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포니’와 ‘보라매’, 도전의 역사 공유

정 소령은 ‘포니정 영리더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첫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와 KF-21의 개발 과정이 닮아 있다”고 말했다. 두 사업 모두 수많은 난관과 회의적 시선을 이겨내며 끝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는 “꿋꿋이 방향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도전 정신에서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포니정재단은 현대차 설립자 정세영 명예회장의 정신을 기려 40세 이하 혁신가를 매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정 소령의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 방위산업과 공군력 발전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반영한다.

“제복의 무게에 걸맞은 군인이 되겠다”

정 소령은 자신을 가르친 교관과 선배들의 말과 행동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제복의 무게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시험비행 임무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전투기 개발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발걸음은 한국 공군력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시험비행조종사 정다정 소령은 단순히 ‘여군 최초’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한국이 독자 개발한 KF-21의 성능을 세계에 입증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그의 도전과 헌신은 차세대 한국 전투기의 완성을 넘어, 앞으로 다가올 공군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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