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누비는 무인 버스의 등장
서울 청계광장에 전혀 새로운 모습의 버스가 등장했다. 23일 오전, 청계광장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 ‘청계A01’ 자율주행 셔틀은 기존 버스와 달리 운전석도, 핸들도, 브레이크 페달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구조였다. 외관 역시 일반적인 사각형 버스가 아니라 유선형의 캡슐 형태로 제작돼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탑승한 승객들은 모두 좌석에 앉아 있었고, 운전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긴급 상황을 대비해 ‘조이스틱’을 들고 앉아 있는 안전 요원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 승객들과 함께 앉아 있을 뿐이었다. 서울시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기술로 개발한 이 버스는 순수 국내 자율주행 기술로 제작된 ROii 모델로, 도심 한복판에서 무인 주행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 흐름 속 ‘노련한 기사’ 같은 대응
운행이 시작되자 자율주행 버스는 앞차를 자연스럽게 추월하고, 끼어드는 차량이 나타나자 속도를 줄이는 등 능숙하게 도로 상황에 적응했다. 점심 무렵 도로를 건너는 직장인 무리를 마주했을 때는 즉시 속도를 줄여 정차했고,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자 다시 부드럽게 출발했다. 차량에는 총 4개의 라이다 센서, 5개의 레이더, 8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주변의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각종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한다.
이 덕분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도 빠른 판단과 제동이 가능했다. 실제로 광장시장 일대에서는 짐을 내리기 위해 갑자기 멈춘 봉고차와, 뒷걸음질하던 사람이 차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정확하게 멈추고 경적을 울려 사고를 피했다.

혼잡한 도심이 드러낸 현실적 과제
자율주행 버스의 실험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청계천 일대는 시속 30㎞ 제한 구간이지만, 버스는 초기 운행 특성상 시속 20㎞ 안팎으로 천천히 달렸다. 그러나 광장시장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오토바이, 상인들의 상·하차 활동으로 도로가 복잡해지자 버스는 자주 멈춰야 했고, 승차감도 다소 거칠어졌다.
회차 구간에서는 금속 부품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법적으로 자율주행 모드가 허용되지 않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안전 관리자가 직접 수동 운전을 맡았다. 결국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이 가능했지만, 현실적인 도심 환경은 아직 완벽히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안전성과 신뢰 확보가 관건
자율주행 차량의 가장 큰 화두는 안전이다. 청계A01에는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신뢰는 아직 부족하다. 차량이 갑자기 멈추거나 급제동할 때 승객들이 불안함을 느낄 수 있고, 일부는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나” 하는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실제 충돌 사고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병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업개발팀장은 “운행이 반복될수록 속도와 승차감을 개선할 것이며, 복잡한 도심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관리자가 탑승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체계도 유지되고 있어,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교통 실험, 운영 방식은?
청계A01 노선은 청계광장에서 청계3가 세운상가를 거쳐 청계5가 광장시장까지 왕복 4.8㎞를 순환한다. 총 11개 정류소에서 승하차가 가능하며, 차량 2대가 교대로 운행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하루 11회 운행하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3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현재 요금은 무료지만, 일반 버스와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탑승할 수 있다. 단순한 시범 운행을 넘어 시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서울시는 추후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더 넓은 노선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래 교통의 방향성 보여주다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버스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향후 대중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도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무인 대중교통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교통 혼잡 완화, 환경 친화적 운송 수단 확대,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불법 주정차, 좁은 도로 등 현실적인 난관이 존재하지만, 서울의 복잡한 도심에서조차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제 과제는 기술 고도화와 제도 정비, 시민들의 신뢰 확보다. 청계천을 달리는 이 작은 자율주행 버스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한국형 미래 교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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