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무인 상륙장갑차’인가: 제일 위험한 구간을 기계에 넘긴다
상륙작전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는 구간은 첫 번째 파도, 즉 해안에 처음 들이박는 순간이다. 적 해안포·대전차 미사일·드론·지뢰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구역에 병력이 그대로 타고 들어가면, 분대·소대 단위 인명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일본이 2024년 착수한 국산 무인 상륙장갑차는 이 ‘최악의 구간’을 사람 대신 기계가 먼저 밟게 하려는 시도다. 원격조종·자율주행·유무인 복합운용(MUM‑T)을 핵심 목표로 잡은 것도, 사람을 최대한 뒤에 세우겠다는 발상의 연장선이다.

AAV‑7로는 안 되는 지형, 중국과 맞붙을 섬들
육상자위대는 이미 2018년 나가사키에 수륙기동단(ARDB)을 만들고, 미제 AAV‑7 상륙장갑차 50여 대로 “적이 점령한 섬을 되찾는 부대”를 운용 중이다. 문제는 일본 남서도(난세이 제도)와 오키나와 주변 섬 상당수가 날카로운 산호초와 급경사 해안으로 둘러싸였다는 점이다. 기존 AAV‑7은 이런 곳에서는 기동이 제한돼, 결국 상륙 가능 지점이 몇 개 안 되는 모래사장으로 좁혀진다. 그 말은 “적도 상륙 지점을 거의 다 알고 있다”는 뜻이고, 이 지점들에는 집중 포화와 지뢰, 대전차 미사일이 대기하게 된다. 일본이 새로운 무인 상륙장갑차를 궤도+워터제트 조합으로 설계해, 산호초 지형을 억지로라도 뚫고 들어갈 추진력을 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안 탄 1파’ + 30mm 포, 상륙 개념 자체를 바꾼다
새 무인 장갑차는 기존 AAV‑7의 12.7mm 기관총 위주 화력에서 벗어나, 12.7mm에 더해 30mm 자동포까지 올릴 수 있는 원격무장장치를 탑재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가시광·적외선 센서가 붙으면, 이 차량 자체가 하나의 이동 감시·화력 플랫폼이 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 후방에서 승무원이 원격조종하거나,
- 미리 입력해 둔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시키고,
- 뒤따르는 유인 상륙장갑차·보트·헬기와 MUM‑T로 엮어 운용하는 방식이다.
실전 개념은 “무인 상륙장갑차가 먼저 해안에 들이받아 지뢰·장애물·포화를 흡수하고, 해안을 정찰·제압한 뒤 유인 전력이 안전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간 상태에서 들어간다”에 가깝다.
2027 시험, 2028 배치…누가 적인지 염두에 둔 일정
일본 방위성 산하 ATLA 자료에 따르면, 시제차 4대를 만들어 2027년까지 실용 시험을 하고, 2028년부터 배치를 시작하는 일정이 제시돼 있다. 목표 배치 수량은 약 97대 수준으로, 단순 기술 데모를 넘어 실제 전력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차량들은 육상자위대 10식 전차의 지휘통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섬 주변 해안에 흩어져 ‘움직이는 센서·화력 노드’처럼 운용될 예정이다.

이 일정은 일본이 2020년대 후반까지 난세이 제도–대만 인근–오키나와 일대를 “상륙이 극도로 어려운 섬 벨트”로 만들려 한다는 전략과 맞물린다. 중국 해군·해병대가 서남도 방향으로 진출해 도서 점령을 시도할 경우, 일본은 유인–무인 상륙전력과 장거리 미사일·드론을 결합해 맞설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중국 쪽에서는 이미 “일본이 섬 탈환용 무인 전력을 확충하며 대중 군사 대비를 가속한다”는 비판과 경계가 나오고 있다.
“전쟁 준비냐?”라는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답
무인 상륙장갑차 자체는 공격용으로도, 방어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도구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원격 섬 방어·탈환”이고, 실제 운용 시나리오도 난세이 제도와 오키나와 주변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대만 유사시 미·일 연합이 중국 상륙전과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런 전력을 가진다는 건 사실상 “중국과의 섬 전투·해상 충돌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준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이 기술 개발은 “전쟁을 원해서”라기보다, 중국의 상륙능력·미사일 전력·드론 전력 확대에 대한 대응으로 나오는 ‘공포의 균형’ 한 조각으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국제 정치에서는 이런 상호 대비가 축적될수록, 우발 충돌이나 오판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에서 긴장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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