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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린데 취미로 찍었다” 전투기만 몰래 촬영했다가 걸린 이유

사이타 조회수  

어디를 얼마나 찍었는지가 달랐다

이 중국인 10대 두 명은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에 여러 차례 들어왔다.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 입국이었고, 매번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들고 특정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그 장소가 문제였다.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공군기지(K‑55), 평택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같은 한미 핵심 군사시설 네 곳과 인천·김포·제주 같은 주요 국제공항 세 곳이었다. 단순한 여행 사진이 아니라, 이착륙 중인 전투기, 관제탑·관제시설, 활주로·유도로 등을 집요하게 찍고 인터넷에 올린 점이 ‘우연’이라는 설명과 어긋난다.

수원 공군기지 무단 촬영 10대 중국인들, 평택·청주 군사시설도 몰래 찍었다 - 조선비즈

카메라만이 아니라, 무전기로 관제 교신까지 노렸다

더 큰 문제는 촬영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중국제 무전기를 들고 와 공항·공군기지 인근에서 관제사와 조종사 간 교신을 도청하려 시도했다. 주파수 맞추기에 실패해 미수에 그쳤지만, 시도 자체가 단순 취미의 범위를 넘어선다. 사진과 교신 내용은 결합되면 항공편대 출·도착 패턴, 관제 절차, 긴급 대응 루틴 같은 민감한 정보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수십·수백 번 찍은 전투기 사진과 관제 감청 시도는, “그냥 비행기 좋아해서 찍었다”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인들이 찍은 전투기 사진 수두룩…수원 공군기지 발칵 | 한국경제

처음엔 군사시설보호법, 나중엔 ‘일반이적죄’로 바뀐 이유

경찰은 처음에 이들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촬영 규모, 대상, 반복 입국, 무전기 소지와 감청 시도, 온라인 게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순 침입·촬영 위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할 수 있는 행위”로 판단 범위가 커졌다. 결국 죄명은 형법상 일반이적죄로 변경됐다. 이 조항은 적국에게 군사상 이익을 줄 수 있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포괄하는데, 꼭 누군가에게 정보를 넘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심대한 위험을 만드는 정보 수집·축적 행위를 겨냥한다.

군기지·전투기 무단촬영 중국인 2명 실형…외국인 일반이적죄 첫 적용

검찰이 “미성년이라도 중대한 범죄”라고 본 이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군(17세)에게 장기 4년·단기 3년, B군(19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라 미성년자에게는 부정기형을 적용했지만, 죄 자체는 매우 무겁게 본 셈이다. 검찰은 “군사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고, 피고인들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항공기 사진을 찍는 취미였을 뿐이고, 지시나 금전적 대가도 없었다. 나이도 어리다”고 호소했지만, 검찰은 반복 입국, 특정 군시설만 골라 촬영한 점, 무전기 감청 시도, 촬영물의 성격 등을 종합할 때 “철없는 실수”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전투기 촬영 10대 중국인 무전기도 소지…도청여부 조사중 | 한국경제

“어린 항덕”과 “잠재적 첩보원”의 경계

피고인들은 최후 진술에서 “외국 법을 잘 몰랐다”, “호기심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보전·무인기·위성사진이 중요한 시대에는, 군기지 주변에서 고배율로 촬영하고 교신을 엿듣는 행위가 곧바로 전장에서 쓰일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특히 한국처럼 주변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에서는, 외국인이 군사시설과 전투기를 집요하게 찍고 통신까지 캐내려 하면, “취미인지, 누군가를 대신한 수집인지”를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미성년 여부는 양형 참고사항일 뿐, 죄성 자체를 지워주지는 못한다.

도청까지 했나"…'전투기 촬영' 10대 중국인들 무전기도 있었다 : 서울경제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숙제

이번 사건은 “어린 항공매니아냐, 의도가 있는 정보 수집자냐”를 떠나, 한국의 군·공항 시설이 얼마나 사진·무선 교신 등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다. 울타리를 넘지 않아도, 공항 인근 도로나 카페, 전망 좋은 야산에서 고배율 장비와 무전기만 있으면 군사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대다. 국내법·단속 기준, 촬영 허용·금지 구역의 명확화, 군·공항 주변 주민·이용객의 신고 체계, 그리고 디지털 시대 첩보활동에 대한 인식 제고까지, 한국 사회 전체가 한 단계 더 정교한 ‘정보보안 감각’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는 걸 이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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