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아파치 철수, 감축이 아니라 전술 패러다임의 교체
주한미군이 평택 기지에서 운용하던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의 운용을 중단하자,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의 전조’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력 축소라기보다 유인 헬기 중심에서 무인 전력 중심으로 넘어가는 구조 개편에 가깝다. 한국군 역시 아파치 추가 도입을 검토하다 과도한 가격과 운용비 문제로 계획을 접고, 무인기를 포함한 대체 전력을 택했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은, 이것이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전장 개념 자체의 변화임을 보여 준다.

“아파치만이 할 수 있는 임무”라는 주장, 이미 역사에서 반례가 나왔다
국내 일부 군 내부와 밀리터리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공중강습 호위 같은 임무는 아파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남아 있다. 느린 수송헬기를 보호하려면, 그 속도와 궤적에 맞춰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유인 공격헬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 미 해군·공군이 사용한 A-1 스카이레이더 사례를 보면, 고정익기라도 충분히 구조·호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긴 체공시간과 튼튼한 기체, 무장 탑재 능력이 뒷받침되면, 속도가 다소 더 빠르더라도 단계적 투입·순환 방식으로 헬기 호위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역할을 유인 고정익기가 아니라, 장기 체공이 가능한 무인기가 이어받고 있을 뿐이다.

무인기가 아파치를 압도하는 지점, “위험한 곳에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
현대 공격·정찰 무인기는 대체로 프로펠러 기반 추진을 사용해 장시간 체공능력을 확보한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적 방공망 인근이나 저고도 침투 같은 고위험 임무에서 격추 위험을 더 과감하게 감수할 수 있다. 유인 아파치는 격추될 경우 숙련된 승무원의 손실과 정치적 부담까지 발생하지만, 무인기는 기체를 잃더라도 인명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운용 결심이 훨씬 가벼워진다. 특히 한반도처럼 방공망이 조밀한 전장에서는, “먼저 들어가 상황을 열어 주는” 역할을 무인기가 맡고, 이후 유인 항공전력은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투입하는 개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화–제너럴 아토믹스 ‘모하비’, 한·미가 동시에 노리는 차세대 공격 플랫폼
이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플랫폼 중 하나가 한화가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와 함께 개발하는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다. 모하비는 이미 해군 강습함 같은 짧은 갑판에서 이착륙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정규 활주로가 부족한 전장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했다. 높은 탑재량과 긴 체공 시간 덕분에, 감시·표적지시·정밀 타격을 한 기체가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설계되고 있다. 미군이 기존 그레이이글 후속 무인기 사업에서 ‘짧은 활주로·강습함·전방 기지에서도 굴릴 수 있는 중대형 무인기’를 찾고 있는 만큼, 모하비는 한·미 양측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돈도 같이 넣고, 생산도 같이 한다” 한화의 전략적 포지셔닝
모하비는 미국 업체의 설계에 기반한 기체지만, 개발비와 생산 구조를 놓고 보면 한국 측의 지분도 상당하다. 한화는 공동개발 형식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대신, 한국 내 생산과 부품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구조를 택했다. 이 말은, 미군이 모하비를 대량 도입해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더라도 상당수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공급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군 또한 아파치 추가 도입 대신 모하비를 포함한 무인 체계에 전환하면, 국내 생산 기반과 정비 인프라를 활용해 장기간 운용비를 줄이면서 전력을 운용할 수 있다. “한국–미국–제3국 수출까지 연결되는 공급망”을 선점하는 것이 한화의 승부수인 셈이다.

일본의 ‘레이와 야마토’가 보여주는 반면교사, 비싼데 비효율적인 방산의 말로
같은 시기에 일본 방위산업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반대의 방향에서 비교 대상이 된다. 일본은 지상형 이지스 어쇼어 프로젝트를 접고, 이미 구입한 레이더를 활용하기 위해 1만 톤이 넘는 대형 이지스함 2척을 새로 설계하면서 척당 수조 원대의 ‘초고가 전투함’을 만들고 있다. 승조원 수백 명이 필요한 이 함정은 인력난 속에서 인건비·건조비가 폭등해, 이미 가격 면에서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혁신적인 신기술을 대거 도입한 것도 아닌데, 조선 인력 부족과 비효율적인 비용구조 때문에 “레이와 시대의 야마토”라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이다. 같은 예산으로 한국은 다수의 KDDX 급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비교는, ‘규모는 크지만 효율은 낮은’ 일본식 방산 모델의 한계를 잘 보여 준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전력을, 무인기 전환이 한국에게 주는 기회
결국 미래 전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싸움터에 보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사람으로 얼마나 많은 효과를 내느냐”의 싸움으로 가고 있다. 일본처럼 거대 플랫폼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붓는 방식은 인구 감소와 인력난이 심각해질수록 더 유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한국은 조선·전자·소프트웨어·드론 기술이 결합된 무인·유무인 복합 체계에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전투력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있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동시에 아파치 추가 도입 대신 무인기로 눈을 돌린 것은, 예산·인력·위험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모하비를 비롯한 한국 주도의 무인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방위산업 지형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보여 주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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