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토니아, 러시아 위협 속 한국산 천무 도입 결정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러시아의 차기 침공 목표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을 지목한 가운데, 에스토니아가 국가 존망이 걸린 안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 로켓 천무를 선택했다.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 방위투자청(ECDI)과 3억 4000만 달러(약 4385억 원) 규모의 다연장 유도 무기 천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 12월까지 천무 발사대 6대와 함께 사거리 80km, 160km, 290km에 이르는 유도탄 3종을 포함한 풀 패키지를 공급한다. 러시아가 이미 국가 시스템을 장기전에 적합한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축할 타격 체계가 동유럽 최전선의 핵심 방어 자산으로 낙점된 것이다.

2027년 발트 3국 침공설의 배경
에스토니아가 신속하게 대규모 화력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서방 정보 기관들이 경고한 심각한 안보 시그널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발트 3국 등 유럽 영토 확장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당초 2030년으로 잡았던 발트 3국 점령 계획을 2027년으로 앞당겼다”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했다.
2027년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 분담금 문제로 유럽에 대한 재래식 방위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안보 공백의 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질적 손실을 입었지만 국가 경제 전체를 전시 체제로 재편하며 민간 공장을 군수 기지로 전환했다. 그 결과 포탄과 미사일 생산량은 개전 전보다 오히려 늘어났고,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으며 장기 소모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발트해 곳곳에서 현실화되는 하이브리드 도발
나토의 결속력을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위협은 발트해 곳곳에서 국지 도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러시아 국경 경비대원 3명이 공기부양정을 타고 에스토니아 영토를 약 20분간 기습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를 심각한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인접국 상황도 심상치 않다.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발 풍선을 이용한 밀수 및 테러 위협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튀르키예와 라트비아 인근에서는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이 일상화되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흐리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통해 나토의 대응 태세를 떠보고 있는 셈이다. 나토가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분열할 경우 러시아의 도발 수위는 국경 침범을 넘어 국지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무 290km 유도탄, 러시아 후방 타격 핵심 전력
이 같은 안보 위기 속에서 에스토니아가 선택한 카드는 천무였다. 특히 이번 계약에 포함된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를 억제할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 기갑 부대는 물론, 후방 깊숙한 곳의 보급로, 지휘소, 병력 집결지까지 에스토니아 영토 내에서 정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펴는 러시아의 전시 경제 전술에 맞서 적의 전쟁 지속 능력을 후방에서부터 마비시키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천무는 다양한 사거리의 유도탄을 동일 발사대에서 운용할 수 있어 작전 유연성이 뛰어나다. 80km급은 전선 근접 지원, 160km급은 종심 타격, 290km급은 전략 목표 타격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정부-기업 원팀 방산 외교의 성과
이번 수주는 기업의 기술력에 정부의 방산 외교력이 결합된 원팀의 성과다. 지난 21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노 페브쿠루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강경성 코트라 사장 등 양국 주요 인사가 참석해 협력을 다짐했다. 지난 10월 체결된 한-에스토니아 국방부 간 양해각서가 이번 계약의 물꼬를 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 현지 기업과 협력해 부품 생산 및 유지보수 체계를 현지에 구축해 유럽의 방산 블록화 움직임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카트리 라우셉 에스토니아 방위투자청장 대행은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서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 능력 확보는 최우선 과제”라며 “천무 도입은 방위력을 한 차원 격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K-9에 이어 천무까지, 확대되는 한-에스토니아 방산 협력
이미 K-9 자주포를 도입해 운용 중인 에스토니아는 한국 무기 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K-9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이 이번 천무 도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손재일 대표는 “K-9에 이어 천무까지 한화그룹의 방산 솔루션을 신뢰해 준 에스토니아 정부에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을 이뤄내 지속 가능한 K-방산의 성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천무 도입은 K-방산이 유럽 최전선에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폴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거나 인접한 유럽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 체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추가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유럽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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