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 상공서 무력시위…“미국 함정 타격 가능”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산 전투기와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공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공군은 Kh-31 미사일을 장착한 Su-30MK2 전투기 2대가 카리브해 상공을 비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장면에는 두 대의 전투기가 실탄 장착 상태로 저고도 기동을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현지 군 관계자들은 이번 비행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명백한 경고 신호”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우리의 영공과 해안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Su-30MK2, 러시아가 만든 장거리 다목적 전투기
Su-30MK2는 러시아 수호이(Sukhoi)가 제작한 장거리 다목적 전투기로, 최대 속도는 마하 2, 항속거리는 약 3,000km에 달한다. 쌍발 엔진 구조로 고고도 및 해상 작전 모두 수행 가능하며, 특히 대함 미사일 운용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무장은 Kh-31 미사일이다. Kh-31은 러시아가 개발한 초음속 공대함 및 공대레이더 미사일로, 시속 3,600km(마하 2.9)에 이르는 속도를 자랑한다. 미군의 해상 함정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100~250km 내에서 해상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시 스키밍(Sea-skimming)’이라 불리는 저고도 비행으로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다. 즉, 베네수엘라가 Su-30과 Kh-31을 결합시킨 것은 자국 해안에 접근하는 미 해군 함정에 대한 실질적 타격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무력 시위’
이번 무기 공개는 최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의 두목”으로 규정하며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여러 차례 마약 밀수선을 격침하는 작전을 감행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선박들이 “테러 단체가 운용하는 마약 운반선”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정당한 자위권 행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영해를 위협하는 군사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 1일에도 미군이 카리브해 공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해 탑승자 3명이 사망했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미군은 미국을 중독시키려는 세력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테러 조직과 마약 밀수세력을 같은 수준에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의 이런 격침 작전은 지난 9월 이후 15번째로, 누적 사망자는 64명에 달한다.

카리브해에 미군 대규모 집결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는 미군 전력이 대규모로 배치됐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카리브해 일대에는 약 1만 명 규모의 미군 병력이 집결 중이다. 주력 전력으로는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중심을 이루며, 구축함 8척, 특수작전함, 핵 추진 잠수함이 함께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중에는 F-35 스텔스 전투기, B-1B 랜서 폭격기, AC-130J 고스트라이더 건십, MQ-9 리퍼 무인공격기 등이 운용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카리브해 작전은 마약 조직 소탕과 역내 안보 유지가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한 무력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이 실질적인 군사 개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두로 정권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러시아·중국·이란에 지원 요청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마두로 정부가 러시아, 중국, 이란에 군사 및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는 이미 Su-30 전투기와 Kh-31 미사일을 공급한 주요 무기 수출국이며, 중국은 통신망과 감시 레이더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또한 베네수엘라와 드론 및 미사일 기술 교류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베네수엘라가 세 나라의 지원을 받는다면, 중남미 지역 내 반미(反美) 연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최근 자국 해군과 러시아 해군 간 합동훈련 계획을 발표하며 군사 협력을 공식화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마두로의 호소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긴장 국면 속에서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카라카스 중앙공원에서 열린 정부 행사에서 그는 “베네수엘라는 평화를 원한다. 미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하며 짧은 영어로 “Yes peace, yes peace forever, no crazy war, please”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군사력 과시가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미 국방부 전직 관계자는 “Su-30과 Kh-31은 단순한 훈련용 무기가 아니다. 실제 전투 배치가 이뤄질 경우 카리브해 미군 함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이번 무기 공개가 향후 미·베네수엘라 관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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