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 연안, 다시 ‘냉전의 바다’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마약선 타격 작전에 맞서 카리브해 연안에 병력을 전면 배치했다. 미국과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카리브해가 다시 한 번 냉전 이후 최대의 군사적 긴장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가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 배치를 단행했다”며 “미군의 증강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조치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내 중앙정보국(CIA) 비밀 작전을 승인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민병대 총동원령’으로 대응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 영토와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민병대 수백만 명을 포함한 ‘볼리바르 국가 무장군(FANB)’의 카리브해 배치를 명령했다. 이는 미군의 무력 시위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은 “미국이 카리브해를 불법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며 FANB의 연안 배치 현장을 연일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모든 세력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 ‘마약 밀매 차단’ 명분으로 무력 압박
미국은 마약 밀매 차단을 명분으로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운반선’ 타격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해상에서 폭격기를 이용해 의심 선박을 격침했으며, 이 과정에서 27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자금이 독재 정권의 생명줄”이라며 작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3대가 카리브해 인근 상공에서 장시간 비행했고, 미 해군 함정과 잠수함도 대거 배치된 상태다. 미군의 움직임은 베네수엘라 본토 공격을 염두에 둔 압박성 행동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병력, 훈련 부족과 사기 저하
그러나 미국으로 망명한 베네수엘라 전직 고위 장성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카리브해 연안에 배치된 병력의 상당수가 기존 기지에 있던 인력으로, 실제 전투 대비태세는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는 “마두로 정권이 8월 이후 실질적인 병력 이동을 하지 못했고, 내부 사기 저하와 경제난으로 군 유지력도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국제 분석가들은 베네수엘라군의 훈련 수준이 미군과의 직접 대결에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 ‘주권 침해’ 공식 제소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군의 공격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성명을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유엔에 ‘미국의 불법적 군사행동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를 통해 미국의 무력 개입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국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마약 카르텔을 국가 체계에 통합해 불법 무역의 중심지가 됐다”며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긴장 고조 속, ‘제2의 쿠바 위기’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냉전 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군사력을 과시하고, 베네수엘라가 이에 맞서 군을 동원하면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 모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긴장은 유지되되 실제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이 내부 불만을 외부 갈등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계산을 한다면,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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