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위로 드러난 러시아 잠수함, 나토의 조롱을 자초하다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잠수함이 바다 밑이 아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항행하는 장면이 포착되자, 서방에서는 이를 두고 “고장 난 잠수함의 굴욕”이라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 해군의 작전 능력 저하와 기술적 결함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러시아 해군의 실추된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해명, 서방의 조롱
러시아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디젤 추진 잠수함 ‘노보로시스크’가 영국 해협 인근 해역에서 부상 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제 항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일 뿐 기술적 결함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잠수함은 흑해에서 지중해 임무를 마친 뒤 모항으로 복귀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나토(NATO)의 반응이 이어졌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제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졌다”며 “고장 난 잠수함 한 척이 절뚝거리며 귀환하는 모습이 그들의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그의 발언은 사실상 러시아 해군의 무력함을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고장설과 내부 폭로
러시아 내 보안 관련 텔레그램 채널에는 지난달부터 노보로시스크 잠수함의 내부 결함 의혹이 제기됐다. 게시물에 따르면, 잠수함 내부 연료 시스템에서 누출이 발생해 폭발 위험이 커졌고, 이에 따라 긴급히 부상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은 잠수함의 예인 정황을 포착했다. 네덜란드 해군은 11일 자국 해역을 통과하던 노보로시스크 잠수함과 예인선을 감시했다고 발표했고, 영국 해군 역시 나토 공동 작전으로 군함과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 잠수함의 항로를 추적했다.

공개된 사진, 노출된 약점
나토 해상사령부는 지난 9일 공식 SNS(X·옛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브르타뉴 해안 앞바다에서 수면 위를 항행 중인 러시아 잠수함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령부는 “나토는 대서양 전역에서 언제든 동맹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경계 태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사진 속 잠수함이 완전히 수면 위로 노출된 채 이동하는 모습은, 잠항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심을 더욱 키웠다. 잠수함의 주 임무가 은밀한 작전 수행임을 고려할 때, 이 장면은 러시아 해군의 기술적 결함과 작전 기밀 유지 실패를 동시에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다.

흑해함대의 잇따른 굴욕
러시아 해군은 최근 흑해 전역에서 잇단 손실을 겪고 있다. 지난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주요 수상함들이 파괴됐고, 그 이후 흑해함대의 활동 반경은 크게 줄었다. 이번 잠수함 부상 사태는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잠수함 기술은 냉전 시절과 비교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며 “유지보수 부실과 부품 공급난으로 인해 작전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자존심과 해군력의 현실
러시아는 잠수함 전력을 자국 해군의 ‘전략적 자존심’으로 여겨왔다. 특히 디젤 추진 잠수함은 저비용 고효율의 전력으로, 흑해와 발트해에서 서방 감시를 회피하는 데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그 신화가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노보로시스크의 부상은 단순한 기계 결함이 아니라,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기술력·운용력의 피로 누적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생산 체계가 왜곡되면서 핵심 부품의 품질 저하 문제에 직면했다.

국제 안보에 미칠 파장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해프닝을 넘어 국제 안보 구도에도 상징적 의미를 던진다. 나토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서양과 북해의 해상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해군의 잠수 전력 약화가 동맹국 해상 방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사적 신뢰도가 더욱 하락하고, 해상 전략 자산 운용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해군 현대화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흑해함대의 잇단 굴욕은 러시아 해군의 쇠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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