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콴티코에 모인 800명의 장성들
지난 9월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Quantico) 해병대 기지에는 미군 장성 800여 명이 집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명령으로 소집된 이 회의는 단순한 지휘관 회의가 아니었다.
불과 25일 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국방부의 명칭을 ‘Department of Defense’에서 ‘Department of War’, 즉 ‘전쟁부’로 되돌린 상태였다. 이 회의는 바로 그 결정의 첫 상징적 장면이었다. 백악관은 이를 “미국의 안보기관을 수세적 방어의 언어에서 공세적 결단의 언어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이라 표현했다.

“방어는 비겁함의 언어”… 트럼프의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연설에서 “이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태도의 혁명”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은 다시금 승리를 준비해야 하며, 이제 패배의 언어인 방어에서 벗어나 공격의 언어로 돌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가는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전쟁을 준비할 때 비로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전통적 안보전략, 즉 ‘전쟁 억제(deterrence)’ 중심의 체제에서 ‘전쟁 수행(warfighting)’ 중심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방부’에서 ‘전쟁부’로의 회귀
이번 명칭 변경은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이 국방부를 창설한 이후 77년 만의 일대 전환이다. 미국 전쟁부(Department of War)는 1789년에 창설돼 제2차 세계대전까지 존속했다. 하지만 핵무기의 등장과 냉전의 개막 이후, 미국은 ‘전쟁 수행’보다는 ‘전쟁 억제’에 초점을 맞추며 전쟁부를 ‘국방부’로 개칭했다.
이는 군사조직을 통합하고 외교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이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본떠 ‘국방부’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러시아와 중국조차도 ‘국방부’를 공식 명칭으로 채택했다.

트럼프의 “승리의 언어” 복원론
트럼프 대통령은 1947년 이후의 미국을 “패배의 언어에 익숙해진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방어를 말하며 세계의 눈치를 보는 동안, 한 번도 진정한 승리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특히 ‘전쟁부(Department of War)’ 시절의 미국이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시기의 정신이 미국의 진짜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전쟁,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이후의 분쟁은 모두 “패배 혹은 미완의 승리”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내부 반발과 논란 확산
그러나 이 결정은 군 내부와 정치권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장성들은 “전쟁부라는 이름은 공격적 이미지를 강화해 외교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이는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위험한 상징 조치”라며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안보 정책을 ‘전사의 미학’으로 포장하며 군을 정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자제의 외교에서 결단의 전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전쟁의 철학’으로 변하는 안보 전략
트럼프의 정책 기조는 미국 군사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국방부 대신 전쟁부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전략의 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군사정책이 억제(deterrence)에서 공세(offense)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미국이 스스로를 ‘세계의 수호자’가 아닌 ‘전장의 주도자’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전사의 언어’는 국내 정치용 메시지일 수 있지만, 그 여파는 국제 질서의 긴장 곡선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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