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의존 벗어난 베트남의 ‘결단’
베트남이 한국산 K9 자주포 20문을 2억 4500만 달러(약 3500억 원)에 도입하기로 하며 군 현대화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번 계약은 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에 K9을 수출한 첫 사례로, 베트남이 수십 년간 의존해온 러시아 무기 체계에서 벗어나 나토(NATO) 체계로 전환하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군사 장비 수입의 8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무기 공급이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왔다.

러시아제 무기에서 한국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과 품질, 유지보수 한계가 드러나자 베트남 군 내부에서는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러시아 무기의 구식화와 부품 수급난이 심화되며,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한국의 K9 자주포였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국방 분석가는 “K9은 가격 대비 성능, 정비 효율, 장기 유지보수 지원 등 모든 측면에서 베트남의 현실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무기와 달리 K9은 나토 표준탄을 사용하는 등 서방 체계와 호환성이 높아, 베트남의 군사적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9, 세계 시장이 인정한 ‘육상 최강 화력’
한국형 K9 자주포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무기다. 155mm 52구경장 포를 탑재해 최대 50km 이상을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자동 장전 장치와 디지털 사격 통제 시스템 덕분에 초탄 명중률이 90%를 넘는다.
또한 30초 내 사격 준비가 가능하고, 발사 후 1분 이내 위치를 이탈하는 ‘사격 후 기동(Shoot & Scoot)’ 능력으로 생존성이 뛰어나다. 현재까지 K9은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인도, 이집트, 호주 등 10여 개국에 수출돼 실전 배치됐다. 이번 베트남 수출은 K9이 중동과 유럽을 넘어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베 국방 협력,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축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양국 국방 협력 강화의 결실로 평가된다. 지난 8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판반잉 베트남 국방부 장관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국방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순찰함, 무기 기술 교류, 군사훈련, 연구개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서울에서 열린 제12차 국방정책실무회의에서는 이두희 국방부 차관과 호앙쑤언치엔 베트남 차관이 참석해, 평화유지활동(PKO) 및 방산 공동생산 분야 협력 확대를 구체화했다. 실제로 한국 순찰함 세 척이 베트남 해군에 인도되며, 해양안보 분야 협력도 빠르게 진전 중이다.

제조 강국 베트남, ‘공동생산’ 가능성 높다
베트남은 이미 전자·기계 산업 기반이 탄탄한 제조 강국으로, 향후 K9 자주포 부품의 현지 조립과 공동생산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러시아식 122mm, 152mm 체계에서 서방식 155mm 체계로 전환 중인 만큼, 향후 탄약·정비·교육 분야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베트남의 제조 능력이 결합되면, 양국 모두에 경제적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지 국영 방산기업 간 기술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동남아 지역 K9 현지 생산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디펜스’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
이번 계약은 한국의 ‘K-디펜스(K-Defense)’ 전략이 아세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은 그동안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등으로 주목받아 왔다. 여기에 베트남 수출을 계기로, 아세안 회원국과의 군사 외교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방산 수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 2.2%로 10위를 기록했으며, 향후 5년 내 상위 5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K9 수출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난 베트남의 군사 주권 회복과 한국 방산의 세계 시장 중심 진입을 동시에 상징한다. 한 국방 전문가는 “이제 K9은 단순한 자주포가 아니라 ‘한국 방산 외교의 첨병’이 됐다”며 “K-방산 100조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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