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위비 기준 맞춘 모범 동맹”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2027회계연도 예산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에서 “전쟁부는 인도·태평양에서 방위 분담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을 첫 번째 사례로 꺼냈다.
그는 “한국은 국방비 지출에 대한 새로운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북한 방어의 주도적 책임을 지겠다고 합의함으로써 모범적인 동맹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우리가 요구한 높은 국방비·자기 방어 역할을 가장 성실하게 이행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GDP 3.5% 국방비, 미국이 원하던 숫자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10월 29일 미·한 정상회담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가능한 한 조속히 3.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미국 측에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글로벌 국방비 지출 기준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라며 환영했다.
미국은 이미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에게 ‘GDP의 5% 국방비’라는 매우 높은 기준을 제시해 왔는데, 한국은 아직 5%까지는 아니지만, 주요 동맹국 중 상위권 수준의 국방비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기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아시아 동맹”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스로 싸우는 동맹만 특별 대우”…명단에 포함된 한국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보고에서 “우리 동맹국들은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국가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처럼 앞장서서 나서는 모범 동맹국들은 우리의 특별한 호의(special favor)를 받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대로 “집단 방위에서 여전히 자신의 몫을 다하지 않는 동맹국들은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별한 호의’의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무기 판매 조건·기술 이전·전시 지원 우선순위 등에서 차등을 두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국이 먼저 막고, 미국은 뒤에서 지원” 구도가 굳어진다
지난해 정상회담 설명자료에는 한국이 “미국의 지원 하에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필수 군사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이는 북한의 재래식 공격을 막는 1차 책임은 한국이 지고, 미국은 전략 자산·핵우산·장거리 타격으로 후방에서 지원하는 구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현지 동맹 주도, 미국 지원’ 구조를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 모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방비와 재래식 전력을 계속 키우는 대가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유지, 첨단무기 이전 등에서 비교적 좋은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합참의장의 경고 “북한, 전쟁에서 배운 걸 전력에 통합 중”
같은 청문회에 나온 댄 케인 합참의장은 서면 보고에서 북한 위협을 비교적 상세히 거론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협력하고 있으며 서로에게 배우고 매일 적응하고 있다”며 “경제·외교·정보·군사 수단을 모두 활용해 미국의 힘을 우회하고 약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교환해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미 본토뿐 아니라 역내 미국의 이익과 동맹·파트너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과 다른 적대국으로부터 취득한 첨단 기술을 대규모 재래식 전력에 통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은 계속 지키고, 미사일은 더 멀리”
케인 의장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고수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탄도미사일 연구와 시험을 통해 작전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몇 년간 다탄두 ICBM인 화성-19, 고체연료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전술핵 운용단 훈련 등을 공개하며 핵·미사일 전력을 ‘실전 운용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위협이야말로 한국에 더 많은 재래식 방위 책임과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근거이자, 동시에 “한국 같은 모범 동맹에는 더 많은 안보·무기 협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의 배경이 된다.

“특별한 호의”의 이면, 더 비싸지고 더 어려워지는 동맹의 자리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이 미국의 ‘모범 동맹국 리스트’에 오른 것은 긍정적 신호다. 더 신뢰받는 동맹이 될수록 군사·외교 협상에서 선택지가 넓어지고, 유사시 미군 개입과 첨단 무기 이전에서도 우선순위를 얻을 여지가 커진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한국이 감당해야 할 국방비 부담과 ‘스스로 싸워야 하는 책임’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특별한 호의’는 결국 “더 많이 내고, 더 앞에서 막는 나라에 주어지는 특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새 규칙을 얼마나 활용하면서도, 어느 선까지 감당할지에 대한 국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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