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장관의 전격 거제행, 무엇을 보러 왔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은 최대 60조 원 규모로, 북극·대서양을 동시에 책임질 차세대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입찰을 앞두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총리, 산업부 장관, 그리고 국방조달 특임장관까지 줄줄이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들이 집중적으로 본 것은 세계 최대급 자동화 조선 설비와, 장보고-III 배치-II ‘장영실함’이었다. 3600톤급 한국형 잠수함이 갖춘 고난도 스텔스·유도무기·AIP 기술은 캐나다가 원하는 ‘북극용 디젤잠수함’의 기준을 사실상 재정의했다. 단순 견학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이 나라와 손을 잡을 것인가”를 확인하러 온 실사였다.
캐나다 장관들은 현장에서 로봇 용접 라인, 블록 공법, 잠수함 모듈 조립 과정을 꼼꼼히 체크했다. 특히 “이 속도와 품질이면 캐나다에서 정해둔 일정 안에 충분히 잠수함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어뢰 공장까지 내주는 한국식 ‘풀패키지’ 제안
한국이 캐나다에 내놓으려는 카드는 잠수함만이 아니다.
핵심은 세 가지다.
- 캐나다 현지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 라인 구축
- 캐나다 내 어뢰(중·경어뢰) 생산 공장 설립
- 장기적으로 포병·자주포(K9)까지 연계된 지상전력 공장 패키지
즉 “우리 잠수함만 사 달라”가 아니라 “캐나다 땅에 잠수함·어뢰 공장을 함께 세워주고, 관련 기술과 일자리를 같이 묶어주겠다”는 제안이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북극해를 지키는 핵심 전력과 동시에 자국 내 고급 제조업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빅딜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 하청이 아니라 설계·시스템 통합·전투체계까지 주도권을 쥐고, 캐나다는 조립·생산·정비 허브 역할을 맡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항기·우주 기술까지 함께 보자”는 캐나다의 계산
캐나다가 이 잠수함·어뢰 딜을 계기로 한국의 민항기·우주·항공전자 기술까지 엮어내려 한다는 데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퀘벡 지역에는 이미 항공·우주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한국이 가진 다음과 같은 역량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 민항기·비즈니스 제트용 복합재 구조물 및 엔진 부품 제작 기술
- 위성·발사체·우주 통신에 쓰이는 각종 전자·통신 모듈
- 대형 조선·플랜트 프로젝트를 시간 안에 끝내는 관리 능력
캐나다 쪽에서 보면, 잠수함·어뢰 공장을 내주더라도 그 대가로 한국이 가진 첨단 제조·항공우주 기술을 상호협력 방식으로 끌어오는 구도가 그려진다. 겉으로는 “상호 윈윈 협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장과 일자리를 내주는 대신 한국 기술에 깊게 연결고리를 박아두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방산의 ‘소름 돋는 빅딜’ 구조
이 잠재적 빅딜이 소름 돋는다고 불리는 이유는, 규모와 범위 때문이다.
- 해군: 장보고-III급 파생형 잠수함 8~12척, 캐나다 북극·대서양 방어 전력 구축
- 수중무장: 중어뢰·경어뢰·잠대함 미사일 생산·통합, 캐나다 해군 독자 운용능력 확보
- 육군: K9 자주포와 탄약 공장 협력 가능성, 북극·혹한 환경 운용에 특화된 포병 전력
- 산업: 캐나다 지역 내 수천 개의 일자리 창출과 연동된 ‘산업 오프셋(ITB)’ 패키지
이 구도에서 한국은 “우리가 가진 완성된 플랫폼과 생산 체계”를, 캐나다는 “광대한 영토와 북미 시장·정치적 영향력”을 제공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수십조 원 현금 수주에 더해, 북미 방산 공급망에 깊숙이 들어가는 기회가 된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미국·유럽에만 의존하던 무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자국 내 제조 기반을 키우는 수단이다.

캐나다 장관이 ‘급하게’ 온 이유: 판이 굳기 전에 선점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과 온타리오주 경제개발 장관이 잇따라 거제를 찾은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용 방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셋이다.
- 경쟁국(독일·프랑스·영국)보다 먼저 한국과 조건을 구체화하려는 조급함
유럽 조선·잠수함 업체들도 캐나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캐나다로서는 한국이 유럽 쪽과 다른 대형 계약을 맺기 전에, 자국 우선권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 ITB(산업·기술 보상)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기 위해
캐나다는 방산 사업에서 자국 내 투자·일자리·기술 협력을 중시한다. 장관이 직접 생산라인과 자동화 설비를 보고, “어느 정도까지 기술·설비를 옮겨올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한국의 레드라인인지”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했다. - 북극 안보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진출이 빨라지면서, 캐나다는 잠수함 전력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사업 일정이 미뤄질수록 전략적 위험이 커지기에, 실제 건조 능력을 눈으로 확인한 뒤 결정을 앞당기려는 목적이 있었다.
결국 “빅딜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책상 위 서류 검토만으로는 부족하다 판단해 장관이 직접 발로 뛴 것이다.

유럽·미국 공급망 논리까지 흔드는 파장
캐나다가 한국과 이 정도 규모의 패키지 딜을 맺으면, 파장은 북미를 넘어 유럽까지 번진다.
- 유럽: 전통적으로 독일·프랑스가 맡아오던 잠수함·어뢰 시장에 한국이 정면으로 들어오게 된다. “나토 무기는 나토 안에서”라는 암묵적 공급망 논리가 약해진다.
- 미국: 북미 방산 공급망 안에 한국 조선·수중 무장 기술이 본격 편입되며, 사실상 ‘확장된 내수시장’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다.
- 기타 동맹: 호주·뉴질랜드, 북유럽 국가들도 “캐나다도 택한 한국 잠수함·어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단순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다. 캐나다 입장에선, 한국 기술을 일찍 받아들일수록 자국 방산·항공·우주 산업과의 교차 효과를 누릴 시간이 길어진다.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와 한국의 과제
이제 남은 것은 실제 계약의 형태와 깊이다.
- 잠수함: 몇 척을 한국에서 건조하고, 몇 척을 캐나다 현지 조립으로 돌릴지
- 어뢰 공장: 단순 조립인지, 원천 설계·추진체까지 포함한 ‘풀 패키지’인지
- 항공·민항 협력: 캐나다 항공산업과 한국 민항기·우주 기술의 구체적 교환 방식
한국의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 캐나다가 원하는 ‘일자리·산업 효과’를 충분히 제공하면서도 핵심 기술은 지키는 균형. 둘, 단기 수주 실적에만 매달리지 않고, 20~30년 뒤까지 이어질 북미·극지 전략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장기적 시각이다.
어뢰 공장을 내주고도 손해보지 않는 구조, 민항기·우주·조선 기술까지 서로 엮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것이 관건이다.
그 가능성이 현실로 보이기 시작하자, 캐나다 장관이 서류가 아닌 ‘거제 바다’ 위에서 직접 답을 찾으려 급히 날아온 것이 바로 이번 방문의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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