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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이 없는데 지장을 찍었다” 직업 군인들을 전부 떠나게 만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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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에서 양팔 잃은 부사관에게 돌아온 충격적인 판정

2003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나형윤 중사는 2006년 강원도 고성 GOP에서 고장 난 철책 경계등을 수리하다 감전 사고를 당해 양팔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군 복무 중 임무 수행 중 사고였기에 당연히 국가로부터 상이연금과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역 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믿기 힘든 행정 처리였습니다.​

양팔이 없는 사람에게 내려진 ‘5급 전시근로역’ 판정

사고 이후 나 중사는 군 병원 치료를 거쳐 2007년 의병 전역했지만, 신체등급은 양팔을 잃은 상태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5급 전시근로역’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병역법상 5급 전시근로역은 평시에는 복무하지 않지만, 전시에 군사지원업무에 동원될 수 있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등급입니다. 양팔이 없는 중증 장해자가 ‘전시에 다시 불려 나갈 수 있는’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것은 상식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었습니다.​

상위 연금은 공란, 20년 가까이 보상 못 받은 이유

더 큰 문제는 상이연금 등급이 아예 ‘공란’으로 처리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군 복무 중 사고로 양팔을 잃었음에도, 행정 문서상으로는 제대로 된 상이 판정이 이뤄지지 않아 20년 가까이 상이연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즉, 신체등급은 5급 전시근로역으로 잘못 기재되고, 정작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이등급은 비워둔 채 방치된 것입니다. 이 행정 착오 하나로 그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상을 혼자 감당하지 못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양팔이 없는데 어떻게 지장을…” 서류에 찍힌 ‘허위 지장’

나 중사가 2022년 정보공개청구로 자신의 의무 기록과 전역 서류를 확인했을 때,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본인은 찍은 적이 없는 ‘지장’이 서류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입니다. 양팔을 잃어 지문을 찍을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그의 동의·인정을 의미하는 지장이 서류에 존재했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대신 지장을 찍었거나, 서류가 허위 작성·조작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부사관에게 ‘병사 기준’ 적용…엉터리 전역 처리

해당 문서에는 전역 사유 또한 ‘부사관 규정’이 아닌 ‘일반 병사 규정’을 적용해 처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사관 신분이었던 그에게 병사 기준을 적용하면서, 전역 처리와 보상 체계 모두 왜곡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받을 수 있었던 각종 보상 및 복지 혜택이 줄줄이 누락됐고, 상이연금조차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군 관계자는 이를 “담당 군의관과 위원회의 행정적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는 그 실수의 대가를 20년 가까이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국회 국방위까지 간 사건, 뒤늦은 국방부의 인정

이 사건은 2025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종합감사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양팔에 의수를 단 나형윤 예비역 중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의 사연을 직접 증언했고, 국방부 장관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재심 절차를 약속했습니다. 국방부는 상이연금 누락 사례를 재점검하고, 전역 사유·신체등급·보상 기록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거셉니다.​

직업 군인들을 떠나게 만든 ‘신뢰 상실’의 상징

이 사건은 단순한 한 사람의 비극을 넘어, 직업 군인들이 군 조직과 국가를 향해 느끼는 신뢰 상실의 상징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나라가 책임진다”는 말을 믿고 위험한 GOP 최전선에서 임무 수행하다가도, 사고가 나면 행정 착오 한 번에 모든 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예비역 사이에서는 “이래서 누가 직업군인을 하겠냐”, “목숨 걸고 일해도 돌아오는 건 서류 한 장뿐”이라는 냉소가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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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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