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 병사 정신건강 ‘적색 신호’, 전군 중 가장 취약
우리 군 병사들의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서 해군 병사들이 육군과 공군에 비해 우울감과 불면 증상을 더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 내 정신건강 문제가 특정 지표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 군 전력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방부와 국군의무사령부, 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3년 장병 정신건강 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해군은 우울 증상, 불면증, 담배 의존도 등 주요 지표에서 다른 군을 앞섰다. 특히 우울 증상을 호소한 비율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해 단기간 내 악화 조짐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이고 장기 항해 중심의 해상 근무 환경이 정신적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울·불면·중독, 해군이 가장 취약한 이유
조사 결과, 전체 병사 중 우울증을 자각한 비율은 5.1%였으나 해군은 이 수치보다 약 60% 높은 8.2%를 기록했다. 육군은 4.8%, 공군은 3.9%로 나타나 군별 편차가 확연했다. 불면증 역시 해군이 7.9%로 가장 높았으며, 육군(5.5%)과 공군(5.7%)을 모두 앞섰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은 해군(8.7%)보다 공군(9.7%)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반면 해병대는 강도 높은 훈련 환경 탓인지 담배 의존도가 무려 23.1%로 전체 평균(13.6%)을 크게 웃돌았다. 심리 전문가들은 해군 병사들의 정신적 취약성이 다른 군에 비해 높게 나타난 가장 큰 이유로 “생활반과 근무지가 독립적이고 해상 이동이 많아 사회적 접촉이 줄어드는 점”을 꼽는다. 언제든 육상으로 이동해 문화·복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육군 및 공군과 달리 해군은 ‘탈출구 없는 공간’에 장기간 머무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바다 위 고립감, 병사들의 정서에 결정적 영향
해군 병사들은 똑같은 규칙과 체계를 따르는 군 조직 내에서도 훨씬 제한적 환경에 놓인다. 배를 타고 있는 동안 외부와의 접촉은 현저히 줄어들고, 장시간 교대근무 체계는 수면 리듬을 망가뜨린다. 야간 항해나 기상 여건 악화 속 근무는 극도의 피로를 누적시키며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특히 밀폐된 함정 내부 생활은 소음·진동·잠 부족 등이 지속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표적 환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계급 구조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는 특성이 병사들의 위축감, 위기대응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군 병사는 단순히 군대 생활이 힘든 것이 아니라 환경 자체가 정신 건강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며 “특화된 지원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중독 지표 역시 심각…도박·흡연률 군 내 최상위권
정신건강 악화는 중독 성향의 확대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병사 중 도박 중독 위험군은 1.1% 수준이었으나, 해군은 해당 항목에서도 높은 비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과 관련해서는 해병대가 가장 높았지만 해군 역시 육·공군보다 담배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흥미와 활동 선택지가 극히 제한된 환경이 도박·흡연 등 즉각적 보상을 주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중독 역시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현실 스트레스로부터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통로로 이용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를 방치할 경우 복무 만족도 하락은 물론, 전투·임무 수행 집중력 저하와 사고 위험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정신건강 악화가 전투력 저하로 이어지는 현실적 위협
군 조직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적 고통을 넘어 전력 손실이라는 국가안보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군 내 자살 사건과 사고사 비율이 줄지 않는 것도 정신건강 중재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해상 함정은 좁은 공간에서 복무 인원이 서로 의존하며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특수 환경이기에 단 한 명의 심리적 불안 요인도 통제적 위험을 불러온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해군 병사들의 정신건강 지표 악화는 사실상 국가 방위력의 붕괴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우울증과 불면증은 임무 집중력 및 판단 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항해 운영, 무기 운용 등 핵심 임무 수행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군별 특수성 반영한 맞춤형 대책 ‘이제는 실행해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 군의 환경과 문화는 완전히 다르다”며 해군 대상 맞춤형 정신건강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잠수함·항모 승조원 등 고립형 근무자에 대한 전문 심리상담, 규칙적인 휴식 보장, 디지털 중독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국내 전문가들은 시스템적 변화 없이는 지표 악화가 반복될 것이라 경고한다. 해군 병사들이 바다에서 느끼는 고립, 불규칙 근무로 발생하는 수면장애, 스트레스 해소 수단 부족 문제는 심리적 ‘급속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국방부는 정신건강 위험군 선별을 넘어 치료 접근성 확대, 지휘관 심리 리더십 교육, 중독 관리체계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거세다. 결국 병사들이 건강해야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있다. 바다 위 장병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군 조직으로의 변화,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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