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21을 둘러싼 중동의 관심과 사우디의 선택 고민
KF-21 보라매는 중동 군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준작전기’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UAE 공군 전술센터 사령관 아자루아이미가 KF-21에 탑승해 첫 외국인 비행 기록을 세웠고, 직후 양국 공군이 포괄적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 달에는 사우디 국방부가 KAI의 비공개 설명회를 요청해 완제기 도입과 현지 생산 패키지까지 함께 검토에 들어가면서, KF-21은 중동 공군 재편의 유력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노후화가 진행되는 사우디 공군 전력 구조
현재 사우디 공군은 F-15 계열과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약 300여 대의 전술기를 운용하지만, 최신 사양으로 볼 수 있는 기체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독일의 수출 규제로 타이푼 업그레이드와 추가 도입이 지연되고, 미국의 군사·대외정책 변화로 F-15 계열 업그레이드 일정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인해 정비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훈련기 사고까지 겹치면서 노후 기체 의존 구조에 대한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우디 국방부가 향후 공군 재편 로드맵에서 “외부 정치 변수에 덜 흔들리고, 현지 생산·정비가 가능한 플랫폼”을 우선 조건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KF-21 성능과 비용 경쟁력, 그리고 개발 로드맵
KF-21은 블록 1 단계에서 이미 AESA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IRST,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합한 4.5세대급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설계 단계부터 내부 무장창을 설치할 수 있는 골격 구조를 마련해, 블록 3에서 내부 무장창 개방과 저피탐 성능 강화를 통해 사실상 5세대 수준에 근접한 형상으로 개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가 측면에서도 라팔·타이푼 등 동급 전투기에 비해 낮은 가격대가 제시되고 있으며, 수명주기 비용까지 포함해도 서방 5세대기보다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즉각 운용 가능한 4.5세대 성능과 향후 5세대에 근접한 전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점이 사우디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국산화율과 기술 자립성, 멈티 전력으로의 확장
KF-21의 또 다른 강점은 높은 국산화율과 향후 기술 자립성 확대 가능성이다. 현재 부품 국산화율은 약 60% 중반대로 평가되며, 엔진까지 국내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8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독일이나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수출·업그레이드 제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사우디 입장에선 중요한 고려 요소다.
더불어 KF-21은 2인승 기체를 활용해 유·무인 복합 전투(MUM-T) 개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UAE가 추진 중인 ‘스마트 윙맨’형 전술 드론과의 연동 구상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우디 방산 당국이 이 체계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논의되고 있어, 단순 기체 구매를 넘어 6세대 전력 전환의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공군 재편 로드맵 속 KF-21의 위치
사우디는 2026~2035년을 공군 전력 구조 전환의 핵심 시기로 설정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전력의 상당 부분을 5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영국·이탈리아 등과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참여에 제약이 존재하고, 타이푼 추가 도입 역시 유럽 내부 정치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정이 유동적인 상태다.
이 가운데 KF-21 블록 2·3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면, 기존 F-15·타이푼 전력의 부담을 완화하면서 2030년 전후에 5세대급 전력의 일정 부분을 확보하는 ‘브릿지 솔루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현지 조립 라인과 정비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사우디는 전력 자립도 제고와 국내 방산 생태계 육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수출 협상의 쟁점과 한·사우디 전략 협력의 의미
향후 본격적인 협상에서 핵심 쟁점은 기술 이전 범위와 현지 생산 비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플랫폼 통제권과 일정 수준의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 핵심 소프트웨어와 스텔스 관련 공정 등 전략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엔진·유도무기 등 일부 구성품은 국제 수출 통제 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한·사우디·3국 간 조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KF-21 도입이 성사될 경우, 이는 단순한 기체 수출을 넘어 한국과 사우디가 5세대·6세대 기술 전환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장기 파트너십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은 생산 물량 확대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중동 지역에 유지·정비 거점을 구축해 방산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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