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이 자국의 군함을 한국 조선소에 정비·수리(MRO) 맡기기 시작한 뒤, 한국의 기술력과 속도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미 본토에서 수개월이 걸리던 정비가 한국에서는 단 며칠 만에 끝나는 사례가 잇따르며, 미국 내에서는 “한국 조선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는 단순한 산업적 성과를 넘어 한미 동맹과 글로벌 해군 전략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미 해군 지원함 두 번째 한국 정비…유콘함이 거제에 온 이유
지난 4월 미국 해군의 유류 보급함 ‘유콘함’이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 입항했다. 이는 미 해군이 한국에 정비를 맡긴 두 번째 사례로, 앞서 ‘월리 시라호’가 첫 정비를 받았다. 유콘함은 1994년 취역한 30년 이상 된 노후 함정이지만, 한국 조선소는 짧은 기간 안에 복잡한 정비를 완료하며 미군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했다.
미국선급협회(ABS)의 검사관이 현장에 상주하며 정비 과정을 검증했지만,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미군이 수천 km 떨어진 동아시아 조선소에 함정을 맡기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이는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몇 달 걸릴 일이 단 3일”…미국 검사관도 놀란 한국의 산업 생태계
ABS 수석 검사관 볼로디미르 보로베츠는 “한국 조선소의 기술 수준과 문제 해결 속도는 미국이 배워야 할 요소”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내 정비 시스템은 노후 조선소 설비, 심각한 인력 부족, 공급망 문제로 인해 일정 지연이 만성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연구·기술 인력만 1만 명 이상 확보하고 있으며, 조선 기자재 협력업체 수백 곳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부품 제작, 용접, 설계 수정 등 다양한 공정이 빠르게 연동되며, 이는 곧 ‘속도’라는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한 미 해군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한 파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몇 주가 걸리지만 한국에서는 이틀, 많아야 3일”이라며 한국 MRO 체계에 감탄을 표했다.

미국 조선업 위기…북미-한국 조선 격차는 더 벌어지는 중
미국 조선업은 현재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군함 정비뿐 아니라 신조 프로젝트조차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함정은 제때 해상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비 노후화뿐 아니라 숙련공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산성과 유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영국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55%로 세계 1위이며,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특수선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중동 선주들의 대부분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하고 있으며, 미국조차 군함 정비를 위해 한국의 능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조선 기술력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MRO에서 건조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한미 조선 협력의 새로운 국면
현재 미 해군이 한국에 맡기는 선박은 군사 기밀 노출 우려가 낮은 지원함 위주이다. 전투함이나 핵추진 함정은 미국 법규상 해외 정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의 작전 부담이 급증하고, 미국 내부 생산 능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최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관계자가 “한국에서의 정비 속도는 전략적 자산과 같다”고 평가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연결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한국과 공동 건조 프로그램, 부품 공급망 재편, 동아시아 정비 거점 구축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닌 한미 안보 협력의 구조적 확장을 의미할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K-조선의 전략적 가치…속도·품질·비용 모두 갖춘 유일한 국가
한국 조선업은 오랫동안 상선 중심의 세계 1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군함·정비·군수 인프라 분야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미 해군 MRO 수행은 한국 기술력이 민수·군수 경계를 넘나들며 국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속도·품질·비용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가 해외 언론에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국 조선소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군함 시장과 해양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이 가진 조선 역량은 단순 산업 경쟁력을 넘어, 동맹국의 해양 전략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적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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