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문 첫인상, 받은 따뜻함이 남았다
6·25 전쟁 참전용사의 후손이자 현재 경성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에티오피아 국적의 피세하 교수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겪은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택시비나 밥값을 받지 않으려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낯선 외국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이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 기억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과거 그의 할아버지 세대가 한국 땅에서 흘린 땀과 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유일의 지상군 파병국이 되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군을 한국에 파병했다. 이 부대는 황실 근위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강뉴부대였으며, “불패 부대”라는 별칭을 얻어 전장에 이름을 남겼다.

에티오피아는 과거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 아래서 나라를 지켜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파병은 국제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강뉴부대는 강원도 화천·춘천 등 한반도 북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첫 임무를 수행했으며, 253전 253승이라는 신화적인 전적을 기록하면서 전투력과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교수 할아버지의 기억, 가족사이자 역사
피세하 교수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실제로 강원도 화천과 춘천 일대에서 전투에 참가했고, 전투 중 오른손을 다쳐 일본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가족사를 들려줬다. 그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대적한 적은 우리 조국 한국이었고, 이후 돌아가지 못한 동료들의 기억을 제가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떠올렸다”고 말했다. 2013년, 강원 화천군이 참전용사 후손 대상 장학사업을 진행했을 때 그는 그 초청을 받아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그 땅에서 느낀 환대와 기억이 평생 잊지 못할 체험으로 남았다고 한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한국과의 인연
피세하 교수는 한국을 방문하면서 여러 일화를 겪었다.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를 기억하는 흔적이 곳곳에 있었고, 특히 춘천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기념관 방문 시 주민들이 진심으로 환대하며 그를 반겼다는 사실이 깊은 울림을 줬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왔다는 말에 택시비나 식사값을 아예 받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조상님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전했다. 지금 그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행사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안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전쟁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강뉴부대의 그림자
하지만 깊은 우정과 인연이 있었던 한국과 에티오피아 사이에도 어두운 역사도 존재한다. 강뉴부대가 한국에서 활약했던 이후, 1974년 에티오피아 내에서 일어난 공산 쿠데타가 이 부대에게 참혹한 시간을 선사했다. 당시 군부 숙청이 극심했던 정권은 강뉴부대 출신 군인들을 집중적으로 탄압했고, 이 때문에 전우들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외교 관계가 회복되고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참전 용사들과 그 후손들에게 남은 상처와 기억은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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