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어드는 예비군 이수율, ‘의무감보다 현실 부담’이 커져
“또 왔네.” 직장인 김모(34)씨는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4일간의 출퇴근 훈련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훈련장까지 왕복 교통비에 식비를 더하면 지급되는 훈련비는 금세 사라진다.
김씨는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하지만 현실적인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 이수율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 예비군의 훈련 이수율은 2023년 86.5%, 2024년 85%, 2025년 상반기 82.7%로 떨어졌다. 해군(81.5%), 공군(84.9%), 해병대(83.3%) 역시 같은 추세다.

업무·생계 이유 불참 늘어… 10만 건 중 절반은 ‘직장 탓’
올해 상반기 예비군 훈련 불참 사유를 보면, 업무상 사유가 4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병(21%), 해외체류(18%), 시험응시(11%) 순이었다. 특히 직장인 예비군의 불참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생계 부담과 고용 불안을 동시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직원이 예비군 훈련을 가면 업무 공백이 생기는데, 그걸 다른 직원들이 메워야 한다”며 “회사도, 개인도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현실적 이유로 훈련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예비군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창설 반세기 넘은 예비군 제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예비군 제도는 1968년 1·21사태와 미국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을 계기로 창설됐다.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에 대응하고 국민 안보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69년부터 매년 4월 첫째 주 금요일을 ‘예비군의 날’로 지정해 안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예비군은 현역 복무를 마친 병사와 보충역 이수자를 포함하며, 전시에는 현역과 동일한 신분으로 간주된다. 병사 기준으로 전역 다음 해부터 8년간 예비군에 편성되고, 부사관 이상 간부는 정년까지 복무한다. 현재 예비군은 약 28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2010년대 초반 350만 명에 비해 70만 명가량 줄었다. 이는 출산율 감소와 군 복무 인원 축소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훈련 체계 개편…명칭부터 방식까지 달라져
올해부터는 예비군 훈련 명칭과 방식이 대폭 변경됐다. 1~4년차 예비군 중 병력동원소집 대상자는 ‘동원훈련Ⅰ형’으로, 미대상자는 ‘동원훈련Ⅱ형’으로 나뉜다. 기존의 ‘동원훈련’과 ‘동미참훈련’이 각각 새 명칭으로 대체된 것이다.
Ⅰ형은 2박3일 숙영 훈련으로, Ⅱ형은 하루 8시간씩 4일간 출퇴근 형태로 진행된다. 5~6년차 예비군은 지역예비군훈련장과 작전지역에서 연 2회, 총 12시간 훈련을 받는다. 훈련비 역시 일부 개선됐다. 올해부터 Ⅱ형 참가자에게도 하루 1만 원씩 총 4만 원의 훈련비가 지급되며, 지역예비군훈련자는 작계훈련 시 교통비 6,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실비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훈련비는 오르지만 ‘체감 보상’은 부족
예비군 훈련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사실상 무급에 가까웠다. 동원 예비군에게만 5,000원이 지급됐던 시절도 있었다.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돼 2018년 1만6,000원, 2019년 3만2,000원, 2022년 6만2,000원, 2023년부터는 8만2,00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동원 미참가자 훈련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4만 원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향후 동원 훈련비를 20만 원, 미참가자 훈련비를 1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지출은 여전히 더 많다.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예비군 1인당 평균 훈련 비용은 교통비 1만3,210원, 식비 8,980원 등 총 2만2,000원 수준이다. 결국 참가자는 실질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예비군들 사이에서는 “보상보다는 형식적 의무감만 강조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과학화 훈련장’ 확충 중…제도 혁신은 여전히 과제
국방부는 훈련 참여율 제고를 위해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가상현실(VR) 사격장,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갖춘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을 지난해까지 26개소 구축했으며, 올해 3개소를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또한 동원훈련장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생활관을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교체하고, 위생·식사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현역 병력은 줄어드는데, 예비군의 동원 여력 역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예비군이 단순한 병력 보충 세력이 아니라 첨단 방위체계의 일원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실적 보상 강화, 직장인 배려 제도, 유연한 훈련 일정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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