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와 전혀 달라진 군대 화생방 훈련 현장
2020년대를 넘으며 대한민국 군대의 화생방(화학·생물·방사능) 훈련 풍경은 놀랄 만큼 바뀌었다. 한때 “군대에서 가장 힘든 고비”로 알려졌던 가스실습, 방독면 훈련이 이제는 훈련생 다수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구세대 장병들이 떠올리는 끔찍한 눈물‧콧물 흘리며 군가 완창, ‘지옥 체험’은 이제 옛말이다.

과거: 정화통 하나, ‘풀 개방’으로 악명 떨쳤던 훈련
1990~2000년대 기준 한겨울도 예외 없이, K1 방독면 한 개짜리 정화통을 푸는 순간, 순간적으로 CS 가스(최루성 가루)가 콧속, 눈, 입으로 직격했다. 그저 정화통만 잠깐 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방독면 자체를 벗고 입, 코, 피부에 가스를 직접 맞는 체험을 강제했다. 이 상태로 군가·애국가 완창은 기본이고, 심한 부대에선 팔굽혀펴기 등 체력 훈련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토, 실신, 정신 혼미 등 고통이 뒤따랐고 미처 못 견디는 경우 탈출을 시도하다 재차 호된 ‘훈육’이 이어졌다. 퇴소 후에도 가스 자극으로 안구 및 호흡기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신형 K5 방독면: ‘두 개 정화통’‧‘자동 차단’ 구조혁명
2017년경 군 전력화가 본격 도입된 K5 신형 방독면은 높은 필터 성능과 함께 기존 K1과 달리 시야가 넓고 양쪽 정화통이 달려 있다. 한쪽만 분리해도 다른 쪽 통로는 자동으로 막히는 구조라, 일부러 얼굴에 가스를 직접 들이마시지 않고도 ‘실습’을 마칠 수 있다. 정화통을 단 한쪽만 분리한 상태서 몇 초간 숨만 참으면 끝나기 때문에, 침착하게만 임하면 실제로 CS 가스를 거의 마실 일이 없다. 나사식이 아닌 원터치 교체방식이라 미숙한 병사들에게도 실수 확률이 극히 낮다.

실제 훈련현장: ‘교육용 실습’이 대다수, 체험형으로 완화
2020년대 다수 신병교육대·신병훈련장에선 방독면을 벗고 1~2분 군가 완창, 강도 높은 체력 단련 등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가스실 침투량, 투입 시간, 인원 밀집도 모두 대폭 줄었고, 훈련실 내 체류시간은 보통 1분 미만, 지휘관 재량에 따라 더 짧아졌다. CS탄 투입량(자극 농도)도 옛날과 비교하면 현저히 약해 ‘치약 바르는 느낌’, ‘잠깐 눈만 맵다’는 체감기도 나온다. 방독면을 반드시 벗지 않고, 한쪽 정화통만 분리해 실내에서 숨 참고 있다가 다시 장착하는 식이다.

‘못하겠다’면 그냥 면제? 비염·과민증 병사 진입조차 안 시킨다
최근에는 신검 단계에서부터 비염·기관지 허약 등 호흡기 기저질환자, 과민반응 병사에게는 아예 가스실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부대가 많아졌다. 의학적 사유뿐만 아니라, 단순히 ‘불안하다’며 교육생 본인이 요청하면 실습참여를 제외하거나 ‘교육 영상 관람만 하고 실습 종료’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예전처럼 착오로 가스마신 인원 발생 시 별다른 징계나 추가교육도 거의 없다. ‘방독면 실습 자체를 하지 않은’ 신병도 점차 많아졌다.

과거와 현재의 시선차, 변화의 의미와 사회적 반응
과거 장병 출신들은 “이 정도면 군대 화생방 맞나”라고 어이없어 하고, 신규 장병들은 “괜한 공포심 고생할 필요 없다”고 안도하는 풍경. 한편으론 전시 비상상황에서 실제 화생방 공격을 막을 만한 생존성, 대응력 체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남는다. 병영생활의 ‘비인간적 고통’은 크게 줄었지만, 실전형 훈련 약화 및 형식주의에 빠지는 부작용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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