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뢰 사고로 왼발을 잃은 해병, 하늘을 다시 날다
2019년 봄, 김포 강화 지역의 초록빛 수풀 속 한 해병대 장교가 예초기를 들고 임무 수행 중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난 폭발음, 하늘로 튕겨 오른 몸, 피로 물든 부대원들의 외침. 그날 이주은 대위는 왼발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절단된 발보다 더 단단한 ‘의지’로,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6년 뒤, 그는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대한민국의 하늘을 날았다.

지뢰의 충격, 그러나 삶의 끝은 아니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풀 사이로 물이 찬 지대에서 예초 작업을 하던 순간이었다. 발밑의 작은 금속판이 쾅하는 폭음과 함께 터지며 왼발은 산산조각이 났다.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10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뒷꿈치만 남는 절단을 받아야 했다.
“차라리 내가 밟아서 다행이에요. 내가 밟지 않았다면 제 대원들이 다쳤을지도 몰라요.” 그는 사고의 당사자였지만, 책임을 자신이 졌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절망 대신 감사의 마음이 그의 회복의 출발점이었다.

끝없는 재활, 그리고 ‘다시 걷기’의 기적
그의 재활은 고통 그 자체였다. 처음엔 단 10미터를 걷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고통을 감내하며 걸었다. 땀을 쏟고 또 쏟으며, 어느새 10미터는 100미터가 되고, 결국 5킬로미터 완주로 이어졌다.
그는 “맨발 대신 의지를 신었다”며 웃었다. 남은 뒷꿈치는 그의 두 번째 출발점이 되었다.

부상을 넘어 타인의 빛이 되다
복귀 후 그는 현실을 마주했다. 부상 병사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보상도, 상담도 받지 못하고 사회로 던져진다는 사실이었다.
“부상은 끝이 아니었어요. 그때서야 알았죠. 다친 사람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걸요.”
그는 결심했다. 자신처럼 다친 군인들이 온전히 다시 설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뜻과 그의 제안이 맞닿으며 ‘서울시 청년 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가 설립됐다.
이 상담센터는 법률상담, 트라우마 회복 지원, 취·창업 연계 등 종합 지원을 제공하며 매년 수백 명의 부상 제대군인을 돕고 있다.
그가 직접 운영 실무에도 참여하며, “부상을 입었어도 자부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청년 제대군인들에게 전한다.

절망의 자리에서 사명으로
이주은 씨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가 쌓아 올린 것은 운이 아닌 끈기였다.
병원 병상에서 절망 대신 봉사를 다짐했고, 그 다짐은 서울시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는 상담센터 설립 이후 3년간 전국 각지의 부상 제대군인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열며 사회에 그들의 목소리를 전파해왔다.
그는 “다친 사람의 이야기는 말로 들으면 안 되고, 눈으로 봐야 마음에 남는다”며 현장 중심의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조종사’로 하늘에 다시 서다
그리고 2025년, 그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오랜 소망이었던 하늘로의 복귀였다. 4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민조종사 10기에 선발된 그는 FA-50 전투기에 올라 대한민국의 하늘을 날았다.
활주로에 다가설 때 긴장보다 벅찬 감정이 먼저 찾아왔다.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엔진이 도는 순간, 그는 눈가를 적셨다.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전엔 몰랐어요.” 그가 말한 그 한마디에는 지난 시간의 고통과 회한, 그리고 다시 서게 된 자부심이 모두 담겨 있었다.

다시 군인으로, 그리고 국민으로
국민조종사 임명식에서 그는 옛 군복을 떠올렸다. 총장 앞에서 경례를 하던 그 순간, 다쳤던 그날의 자신이 아닌 새로운 자신으로 서 있었다.
“몸은 다쳤어도, 군인의 마음은 없어지지 않았어요.”
그는 이제 군인으로서의 책임을 넘어, ‘국민의 조종사’로서 하늘과 사람을 잇는 상징이 되었다.
왼발의 절단, 그러나 인생의 연결은 멈추지 않았다. 지뢰 사고는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고, 그는 그 상처로 세상의 빛이 되었다.
그는 군인의 사명감으로, 상담가의 온기로, 그리고 조종사의 비행으로 이제 수많은 청춘들에게 “두려움보다 용기가 크면 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주은.
그의 이름은 단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를 희망으로 바꾼 대한민국의 또 다른 ‘비상(飛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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