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정비창, 탱크의 재탄생 현장
한국 육군은 탱크 한 대가 고장났다 해서 절대 쉽게 버리지 않는다. 경상남도 창원시의 육군 종합정비창에는 65만 평 규모의 거대한 군수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엔 2,000여 명의 전문 작업자가 모여, K1, K2 전차는 물론 장갑차와 자주포, 총기류, 헬기, 통신 전자장비에 이르기까지 1,000여 가지의 전투 장비를 정비한다. 전차 한 대의 가격이 30~40억 원에 달하니, 단순히 수리가 아닌 ‘전면 재탄생’ 작업이다.
야전에서 노후화된 차량은 대개 12~13년 주기를 거쳐 정밀 관리 대상으로 선정된다. 900km가 넘는 험지 운행을 벌이고 돌아온 탱크들은 대형 크레인과 지게차의 힘을 빌려 정비창에 입고된다. 모든 장비는 입고 즉시 상태 평가를 거치고, 무게 50톤에 이르는 탱크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동체부터 궤도, 엔진까지 완벽하게 분리된다.

부품 하나까지, 100% 분해로 시작하는 정비
정비의 첫 단계는 궤도 분리. 산소 절단기를 이용해 바퀴 부분 궤도를 떼고, 궤도와 고무, 철심은 세척과 해체 과정을 거친다. 궤도의 각 마디마디, 볼트 하나까지 모두 분해하고 품질 보증을 위해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 여기서 판정된 재사용 가능한 부품들은 다시 쓰이고, 내구성이 떨어진 부분은 새 부품으로 대체된다.
마디를 해체할 때마다 작업자들의 손길이 닿는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세척 과정과 진동 리를 이용한 해체 작업, 볼트 분리 등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한 마디, 한 부품이 장비의 수명을 결정하기에, 대강 처리하는 법은 없다. 완벽한 분해와 검증이 곧 정비의 원칙이다.
![K2 흑표 전차 '파워팩' 완전 국산화, 시동 걸렸다 [취재파일]](https://img.sbs.co.kr/newimg/news/20240829/201978688_500.jpg)
전차의 심장, 엔진은 어떻게 복원되는가
껍데기만 분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탱크의 심장인 엔진도 마찬가지로 해체한다. 엔진만 해도 1,500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정비창에서는 마모된 부품, 내구성이 떨어진 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신품으로 교환한다. 미세한 검사와 수작업이 반복되어야만, 정비 후 10년을 더 버틸 수 있는 새 엔진이 만들어진다.
창정비를 마친 엔진은 기능 검사와 시운전 과정을 거쳐 최상의 상태로 복원된다. 각종 내구 시험, 고온·고압 환경 테스트, 조립 후 품질 마크 인증까지 마치면 비로소 야전 투입이 허가된다.

전차 외관과 내부, 숨겨진 작업의 연속
전차의 궤도와 엔진뿐 아니라 외관까지도 새것처럼 복원된다. 1.2mm~1.7mm 두께의 도장, 녹 제거, 내부 부식 방지 작업, 도색은 모두 정밀하게 이뤄진다. 45도에 이르는 실내 공장 온도에서 강한 압력의 쇠구슬을 고압으로 쏘아내며 페인트와 녹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후 정해진 위장색 기준에 따라 도색을 마치면,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전차가 출고된다.
정비가 끝난 전차는 두 번의 기능 검사와 주행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속도, 등판, 요철, 방해물, 수중 등 6가지 이상의 주행 실험을 거쳐 적합 판정이 나오면, 전차는 야전에 안전하게 다시 배치된다. 기능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다시 공정 작업으로 되돌아간다.

부품 생산과 재활용, 현장 기술력의 힘
가장 놀라운 것은 정비창에서 부족한 부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점이다. 1,200도의 용광로에 쇳물을 붓고, 그 자리에서 즉시 주조와 가공이 이뤄진다. M88 전차, K1·K2용 부품, 장갑차 부품 등은 현장 내 생산지원단에서 만들어진다. 옛 부품, 궤도에서 분리된 철심 등은 소각 및 용해 과정을 거쳐 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염산 고온처리 등 위험한 작업도, 품질 보증 위에서 누구도 소홀히 넘길 수 없다.
고열과 유해 물질 위험 속에서 하루 200여 개 부품을 생산하는 작업자들은 정비 창을 ‘국가 방위의 심장’이라고 자부한다. 그 땀방울이 부품의 내구성, 군인의 안전에 직결된다.

정비의 끝, 성능 검증 그리고 야전 복귀
공정이 막바지에 이르면, 장비별로 마지막 기능 검사를 위한 사격 통제장치, 포탑, 회로 등을 체크한다. 고장이 발생하면 수천 개의 부품 중 문제를 찾아내 교체하고, 정상 작동을 확인받기 전에는 출고하지 않는다.
정비 완료 후 주행 시험장에선 최고 속도 65km/h, 60% 등판로, 수중 주행, 각종 장애물 극복 등 실제 야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실시한다. 최종 규격을 통과한 탱크만이 ‘새 생명’으로서 다시 야전으로 복귀한다.

정비 창의 숨은 영웅들, 열악한 환경과 사명감
아침 7시 반부터 시작된 하루의 작업은 불볕 더위와 위험한 환경에서도 긴장감을 풀 수 없다. 힘들지만 자신들의 손길이 없으면 국가 방위마저 위태롭다는 자부심으로 땀과 열정, 가족을 떠올리며 버틴다. 용접공, 금형공, 기계공, 각 전문 분야 인력들은 힘든 작업 속에서도 동료와 함께 보람을 나눌 수 있다.
점심 혹은 쉬는 시간에는 체력을 길러가며 정신적·육체적 피로에 맞서는 이들이, 치열한 현장 이야기를 이어간다. 정비창의 가족사진은 그들의 땀과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나게 한다.

강철의 재탄생, 다시 야전으로
일주일마다 수십 대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가 구석구석 뜨거운 손길을 거쳐 야전으로 되돌아간다. 그 뒤엔 수백 명의 군무원, 정비 기술자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검증을 마치고 출력되는 탱크가 멀어질 때의 아쉬움과 뿌듯함, 그리고 다음번 또 새로운 장비와 작업을 향한 결의가 그 현장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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